'취업 난민' 인문계…은행 入社 120대 1

이공계 우대현상 가속
금융·공기업·유통사에
수만명 몰려 '바늘구멍'
은행 공기업 등 인문계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올 하반기 채용 경쟁률이 100 대 1을 훌쩍 넘었다. 유통회사 등 인문계생을 주로 뽑는 곳의 입사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취업시장에서 이공계 우대 현상이 심화되면서 인문계 전공자의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서다.

3일 산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시작한 우리·신한·기업 등 주요 은행에는 2만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며 1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만8000명이던 우리은행 지원자는 올해 2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채용 인원이 250명으로 작년보다 50명 늘었지만 입사는 100 대 1의 ‘좁은 문’이 됐다. 농협은행의 경쟁률은 121 대 1에 달한다. 140명 채용에 1만7000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2만1000명이던 기업은행 응시자도 2만4000명으로 늘었다. 은행원이 되려면 120 대 1의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전통적으로 인문계생을 상당 규모로 채용하는 공기업과 유통회사 입사도 갈수록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관문을 통과하려면 233 대 1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12명 뽑는 데 2800명이 몰렸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금융공기업인 산업은행에는 50명 모집에 5000명이 지원했다.

인문계 졸업자를 상대적으로 많이 뽑는 유통회사 입사 희망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70명가량을 선발하는 롯데백화점 지원자는 7000명으로 지난해(5000명)보다 40% 늘었다. 중견 유통그룹 이랜드 응시자도 채용 인원 400명의 90배에 달하는 3만4000명이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형 제조회사를 비롯해 취업전선에서 이공계 우대 현상이 뚜렷해지자 인문계생들이 남은 우량 직장인 은행 공기업 유통업 등으로 쏠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태윤/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