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왔다 장보리’ 블록버스터급 악녀들의 화끈한 대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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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버스터급 악녀들의 대공세를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 ‘왔다 장보리’(사진 = MBC)
일반 드라마에선 악녀 한 명 정도를 출격시킨다면 ‘왔다 장보리’에선 무려 4명의 악녀군단이 출동해 블록버스터급 물량공세를 펼친다. 대표적 악녀 연민정을 비롯해, 연민정의 친모(보리의 양모), 보리의 친모(연민정의 양모), 남주인공의 계모(연민정과 보리의 시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친모, 양모, 시모, 계모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에서도 이 드라마의 막장성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막장드라마는 보통 뒤바뀐 혈연, 복잡한 혈연, 가족관계의 전복 혹은 혼란 등을 다룬다. 남의 자식을 내 자식인 줄 알고 키운다든지, 한 집안에 어머니가 여럿이라든지, 친어머니가 시어머니가 된다든지, 처제가 제수씨가 된다든지 등등, 이런 식이다. ‘왔다 장보리’에서도 가족관계가 이러저리 얽히면서 ‘콩가루’ 집안이 된다.
악녀가 많으니 주인공을 괴롭혀줄 사람도 많다. 연민정과 보리의 양보와 보리의 친모와 보리의 시모 등이 돌아가면서 보리를 호쾌하게 구박해준다. 주인공의 기구한 처지에 대한 몰입이 증가한다.
막장드라마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마련인데, 연민정 등 주요 악녀 군단이 말도 안 되게 악하다면 보리는 말도 안 되게 착하다. 양모가 자신을 차로 치고, 평생 식모로 부리며 구타를 일삼고, 연민정의 친딸까지 떠맡겨 미혼모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용서한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선명한 선악구도도 시청자를 잡아끈다. 하나 더, 말도 안 되게 완벽한 남자친구 역시 빠지지 않는다. 신데렐라 코드도 애교로 추가됐다.
악녀만 블록버스터급인 것이 아니라 막장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출생의 비밀도 블록버스터급이다. 착한 여주인공 보리와 악녀인 연민정, 그리고 연민정의 친딸이자 보리의 양딸인 비단에게 모두 출생의 비밀이 있다. 보통 드라마 하나에 하나씩인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선 세 개나 출동한 것이다.
막장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녀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악행을 저지르게 마련인데(악녀의 귀는 ‘소머즈귀’여서 모든 사람의 말을 엿듣는다), 이 작품에서도 연민정은 KGB같은 정보력으로 각각의 악녀들이 평생 간직해온 비밀들을 파악해 그들을 조종한다. 이 네 명이 때론 원수 때론 동지라는 현란한 이합집산 합종연횡을 펼쳐 마치 삼국지를 보는 것 같은 쾌감을 안겨줬다.
최근 막장드라마계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뻐꾸기 둥지’를 들 수 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자기 새끼를 키우도록 하는 새다. ‘뻐꾸기 둥지’라는 제목에서부터 작정하고 막장으로 달리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대리모와 난자 바꿔치기 설정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남의 아이를 키우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아내의 유혹’에서 점 하나 찍고 변신했던, 저 유명한 복수의 여왕 장서희가 등장했다. ‘아내의 유혹’ 작가와 주연배우가 각각 다른 작품으로 돌아와 경쟁한 셈이다.
결과는 김순옥 작가 ‘왔다 장보리’의 완승이다. ‘왔다 장보리’가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반면 ‘뻐꾸기 둥지’는 난자 바꿔치기 설정으로 비난을 들었을 뿐 이렇다 할 반향이 없었다. ‘뻐꾸기 둥지’는 극의 분위기가 답답하고, 무겁고, 질척질척했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는 경쾌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막장이라는 생각까지 잊어가며 빠져들었다.
‘왔다 장보리’가 경쾌한 이유는 첫째 속도감이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악녀의 비밀이 마지막에 폭로되며 대파국을 맞는 데에 반해 이 작품은 비밀들이 수시로 폭로된다. 그런데 그때마다 연민정은 놀라운 기지와 정보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 위기에서 빠져 나간다. 워낙 빠른 호흡으로 파탄과 부활이 반복되기 때문에 시청자가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둘째는 밝음이다. ‘뻐꾸기 둥지’도 악녀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코드를 독하게 장착한 드라마이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는 고생만 하는 여주인공의 삶을 신파적으로 그리지 않고 도리어 코믹하게 표현했다. 남주인공과의 로맨스도 밝게 그려지고 심지어 극중에서 가장 무거운 커플인 남주인공의 부모마저 종종 코믹한 설정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빠른 호흡과 코믹한 설정으로 경쾌한 극을 만들어 시청자가 부담 없이 보도록 한 것이다.
최근 종영한 ‘유혹’은 권상우, 최지우, 이정진, 박하선 등 특급 캐스팅에 불륜 소재라는 선정적 ‘떡밥’까지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응을 얻지 못했다. 캐릭터들이 답답했기 때문인데, 거기에 남의 가정 파탄 내는 불륜 재벌녀가 순정녀처럼 묘사되는 선악의 전도로 비난까지 들었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의 캐릭터는 화끈하다. 화끈하게 착한 사람들과 화끈하게 악한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치고받는다. 선악전도도 없다. 착한 보리는 결국 다 보상 받고 악한 연민정은 철저하게 처벌 받는다. 때문에 시원시원하고 통쾌하다는 찬사가 나타나며 최고 인기 드라마로 떠오른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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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기자 wowsports0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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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모, 양모, 시모, 계모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에서도 이 드라마의 막장성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막장드라마는 보통 뒤바뀐 혈연, 복잡한 혈연, 가족관계의 전복 혹은 혼란 등을 다룬다. 남의 자식을 내 자식인 줄 알고 키운다든지, 한 집안에 어머니가 여럿이라든지, 친어머니가 시어머니가 된다든지, 처제가 제수씨가 된다든지 등등, 이런 식이다. ‘왔다 장보리’에서도 가족관계가 이러저리 얽히면서 ‘콩가루’ 집안이 된다.
악녀가 많으니 주인공을 괴롭혀줄 사람도 많다. 연민정과 보리의 양보와 보리의 친모와 보리의 시모 등이 돌아가면서 보리를 호쾌하게 구박해준다. 주인공의 기구한 처지에 대한 몰입이 증가한다.
막장드라마엔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마련인데, 연민정 등 주요 악녀 군단이 말도 안 되게 악하다면 보리는 말도 안 되게 착하다. 양모가 자신을 차로 치고, 평생 식모로 부리며 구타를 일삼고, 연민정의 친딸까지 떠맡겨 미혼모로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용서한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선명한 선악구도도 시청자를 잡아끈다. 하나 더, 말도 안 되게 완벽한 남자친구 역시 빠지지 않는다. 신데렐라 코드도 애교로 추가됐다.
악녀만 블록버스터급인 것이 아니라 막장드라마에서 빠지면 섭섭한 출생의 비밀도 블록버스터급이다. 착한 여주인공 보리와 악녀인 연민정, 그리고 연민정의 친딸이자 보리의 양딸인 비단에게 모두 출생의 비밀이 있다. 보통 드라마 하나에 하나씩인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선 세 개나 출동한 것이다.
막장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녀는 초인적인 능력으로 악행을 저지르게 마련인데(악녀의 귀는 ‘소머즈귀’여서 모든 사람의 말을 엿듣는다), 이 작품에서도 연민정은 KGB같은 정보력으로 각각의 악녀들이 평생 간직해온 비밀들을 파악해 그들을 조종한다. 이 네 명이 때론 원수 때론 동지라는 현란한 이합집산 합종연횡을 펼쳐 마치 삼국지를 보는 것 같은 쾌감을 안겨줬다.
최근 막장드라마계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뻐꾸기 둥지’를 들 수 있다.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자기 새끼를 키우도록 하는 새다. ‘뻐꾸기 둥지’라는 제목에서부터 작정하고 막장으로 달리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은 시작하자마자 대리모와 난자 바꿔치기 설정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남의 아이를 키우는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아내의 유혹’에서 점 하나 찍고 변신했던, 저 유명한 복수의 여왕 장서희가 등장했다. ‘아내의 유혹’ 작가와 주연배우가 각각 다른 작품으로 돌아와 경쟁한 셈이다.
결과는 김순옥 작가 ‘왔다 장보리’의 완승이다. ‘왔다 장보리’가 폭발적인 화제를 모은 반면 ‘뻐꾸기 둥지’는 난자 바꿔치기 설정으로 비난을 들었을 뿐 이렇다 할 반향이 없었다. ‘뻐꾸기 둥지’는 극의 분위기가 답답하고, 무겁고, 질척질척했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는 경쾌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부담 없이 재미있게, 막장이라는 생각까지 잊어가며 빠져들었다.
‘왔다 장보리’가 경쾌한 이유는 첫째 속도감이다. 보통의 드라마에서 악녀의 비밀이 마지막에 폭로되며 대파국을 맞는 데에 반해 이 작품은 비밀들이 수시로 폭로된다. 그런데 그때마다 연민정은 놀라운 기지와 정보력으로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 위기에서 빠져 나간다. 워낙 빠른 호흡으로 파탄과 부활이 반복되기 때문에 시청자가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둘째는 밝음이다. ‘뻐꾸기 둥지’도 악녀와 출생의 비밀 등 막장 코드를 독하게 장착한 드라마이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웠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는 고생만 하는 여주인공의 삶을 신파적으로 그리지 않고 도리어 코믹하게 표현했다. 남주인공과의 로맨스도 밝게 그려지고 심지어 극중에서 가장 무거운 커플인 남주인공의 부모마저 종종 코믹한 설정으로 등장했다. 이렇게 빠른 호흡과 코믹한 설정으로 경쾌한 극을 만들어 시청자가 부담 없이 보도록 한 것이다.
최근 종영한 ‘유혹’은 권상우, 최지우, 이정진, 박하선 등 특급 캐스팅에 불륜 소재라는 선정적 ‘떡밥’까지 장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응을 얻지 못했다. 캐릭터들이 답답했기 때문인데, 거기에 남의 가정 파탄 내는 불륜 재벌녀가 순정녀처럼 묘사되는 선악의 전도로 비난까지 들었다.
반면에 ‘왔다 장보리’의 캐릭터는 화끈하다. 화끈하게 착한 사람들과 화끈하게 악한 사람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치고받는다. 선악전도도 없다. 착한 보리는 결국 다 보상 받고 악한 연민정은 철저하게 처벌 받는다. 때문에 시원시원하고 통쾌하다는 찬사가 나타나며 최고 인기 드라마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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