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회사 둘로 쪼갠다…PC·프린터-하드웨어·서비스 사업

PC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휴렛팩커드(HP)가 회사를 둘로 쪼개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P가 PC 및 프린터 사업부문과 기업 하드웨어 및 서비스 부문을 각각의 회사로 분리하기로 했다고 6일 보도했다. HP는 내년에 회사를 쪼갠 뒤 각 회사 지분을 주주들에게 배분할 계획이다. 분사가 이뤄지면 HP는 각각 연 매출 500억달러 규모의 2개 상장사로 새출발한다.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PC 및 프린터 회사의 회장과 기업부문 회사 CEO를 동시에 맡게 된다.

WSJ는 분야가 다른 사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별도의 독립 법인에 의해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분리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분석했다. HP는 지난해 세계 PC 판매량에서 중국 레노버에 1위 자리를 내줬다. PC 및 프린터 사업부문의 2013 회계연도(2012년 11월~2013년 10월) 매출은 559억달러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HP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 사업부문의 부진으로 회사 전체 매출도 6.7% 줄었다. 반면 레노버는 올해 IBM의 PC사업부문까지 인수,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사로 사업 범위가 축소되면서 HP가 PC시장 변화에 보다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 대한 HP의 공세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HP는 최근 수년간 스토리지 장비업체인 EMC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 1300억달러의 거대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WSJ는 최근 협상이 중단됐지만 이번 분사 결정으로 HP와 EMC가 다시 합병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