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빚 투자' 급증…신용잔액 2조7000억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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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17% ↑ '사상 최대'…잠재매물 부담 커져개인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신용잔액이 급증,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대출을 갚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신용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매물이 증가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코스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9분의 1 수준이지만 신용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코스닥 신용잔액 사상 최대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잔액은 하반기 첫날인 7월1일 4조7630억원에서 지난 1일 5조3781억원으로 3개월 만에 12.91% 증가했다. 이 중 코스닥 신용잔액은 2조6614억원으로 같은 기간 16.48% 늘었다. ‘한 방’을 노리고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코스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닥 신용잔액은 종전 최대치인 2007년 6월26일 2조3237억원을 지난 8월 돌파한 후 연일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소형주 장세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신용을 동원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들의 순매도 행진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에서 ‘빚 투자’가 줄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9월 이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1조2000억원어치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에선 여전히 순매수액이 더 많다. 하지만 이날 코스닥에서 400억원어치가 넘는 외국인 순매도 물량이 나오는 등 점차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승 종목이 게임 등 일부 내수 업종에 국한돼 있으며, 이런 종목일수록 신용잔액이 많다고 설명한다. 몇몇 급등주들이 무너지면 지수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잔액이 많은 종목이 하락장을 맞으면 주식 대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발생한다. 이는 증권사의 반대매매 증가, 연쇄 매물 출현으로 연결되고 지수 전체에까지 영향을 준다.
○미국도 중소형주 거품 붕괴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 증시가 중소형주를 필두로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코스닥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상황이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고 본 외국인들이 매도 타이밍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소형주 2000개의 주가 움직임을 담은 미국 러셀2000지수의 경우 지난 3월 고점보다 10% 이상 빠진 상태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중소형주 시장이 흔들린 한 달 전부터 신용잔액을 디딤돌 삼아 유지돼 온 코스닥의 거품이 한 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노란불’ 단계를 넘어 언제 급락장이 찾아올지 모르는 ‘빨간불’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에 우호적인 것은 코스닥 종목이 좋아서가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이 워낙 안 좋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손을 털 타이밍이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독립리서치 올라FN의 강관우 대표도 “환율이나 경기 등의 환경을 감안할 때 코스닥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든 시점”이라며 “신용잔액이 많은 고평가 과열 종목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