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한달 2건 수임·휴업 속출…'스타 변호사'는 쟁탈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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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만명 시대 '明暗'노동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법무법인 광장의 주완 변호사가 같은 팀 변호사 두 명과 함께 최근 김앤장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었다. 대형 법무법인의 스타급 파트너 변호사가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그동안 터부시 됐지만 김앤장 측의 설득으로 ‘초대어급’ 스카우트가 성사된 것이다. 최근 3년간 6대 로펌 내에서 이동한 파트너급 이상 변호사만 60여명에 달한다.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스타급 파트너를 영입하면 10년 이상 구축한 전문성과 신뢰관계로 수많은 고객이 통째로 넘어온다”며 “변호사 숫자가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에서 검증된 경쟁사 파트너 변호사 영입에 로펌들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호사 8년 만에 2배로
기업 상대 '기획소송' 늘어…범죄 연루도 한해 수백명
실력있는 변호사 공급 늘어
기업 등 非법조 영역 진출…법률분쟁 예방·비용 줄어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법률 시장에 명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한정된 일감을 따내기 위해 국내 대형 로펌 간에 인재 빼앗기 경쟁이 일어나는가 하면 수임을 거의 하지 못해 변호사 회비를 내지 못하거나 휴업하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휴업 속출…변호사 범죄도 증가 추세7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변협 등록 기준 변호사 숫자는 2만명을 돌파했다. 국내에 변호사 제도가 도입된 뒤 2006년 1만명에 달하는 데까지는 약 100년이 걸린 반면 단 8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반면 변호사 1인당 연간 사건 수임 건수는 2007년 52.2건에서 지난해 33.3건으로 줄었다. 특히 변호사가 많이 몰려있는 서울의 경우 한 달에 평균 2건 수임에 그쳤다.
이에 따라 기업 문제점을 찾아 ‘착수금 0원’ 조건으로 기획소송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감이 없어 변호사 회비를 내지 못하거나 아예 사건 수임을 포기하고 휴업하는 변호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월 회비(5만원)를 내지 못해 1년 이상 체납한 변호사가 68명(지난달 기준)이고, 3개월 체납자까지 포함하면 875명에 이른다. 휴업 변호사는 서울지역의 경우 2004년 87명에 그쳤지만 2008년 194명, 2012년 293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올 들어선 현재까지 302명을 기록했다. 업계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범죄에 연루되는 변호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형사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 수는 2006년 284명, 2008년 314명, 2010년 325명, 2012년에는 544명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거나 변호사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고 의뢰인의 돈을 가로채는 범죄도 늘었다”며 “먹고 살기 힘들어 저지른 일이라며 선처를 구할 때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난도 심화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변호사 자격증만 가지고는 취업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전공 분야 석·박사 학위를 가지고 제2외국어까지 능숙하지 않으면 대형 로펌은 꿈꾸기 어렵다”며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가 변호사 자격을 추가로 획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변호사 자격만 가지고는 갈 곳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변호사, 다양한 분야로 진출
법조인 수 급증에 따라 비법조 영역 진출 분야가 다양해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기업체 등은 월급도 같은 대리 직급에 비해 변호사 자격증 비용으로 월 30만원 안팎을 추가로 지급할 뿐이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실력 있는 변호사도 변호사 전체 숫자가 많아지면서 싸게 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태준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대표는 “기업, 공공기관 등에 변호사가 다양하게 영입되면서 법률 분쟁 등을 예방해 경영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법률 서비스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키우지 않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착시키려면 수급 조절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소람/배석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