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관광객 우롱하는 지자체 축제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본지가 지난 6일 보도한 ‘현장리포트-대하 사라진 서해안 대하축제’에 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만 본지 보도에 공감한다는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본지 취재 결과 대하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축제장에선 흰다리새우, 보리새우 등 수입 새우가 국산 대하로 둔갑하고 바가지 가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네티즌들은 서해안 대하축제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탕 장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전국에서 개최되는 지역 축제는 555개 정도다. 사흘 이상 열리는 축제만 집계한 숫자다. 하루 혹은 이틀 열리는 축제까지 합치면 매년 2500여개의 지역축제가 열린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루 7개꼴로 축제가 열리는 셈이다. 이 중 정부가 공식 선정한 문화관광축제는 전체 축제의 2%가량인 40곳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세금으로 무분별하게 축제를 열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곳곳에서 ‘베끼기 축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을 전어철을 맞아 충남 보령, 전남 광양 등 전국 다섯 곳에서 전어축제가 열린다. ‘겨울 축제의 원조’로 불리는 강원 화천산천어축제를 모방한 얼음낚시 축제를 여는 지자체도 10여곳에 이른다. 산이 있는 지역에선 어김없이 ‘철쭉제’ ‘억새제’ 등의 축제가 열린다.

특색 없는 축제가 난립하면서 축제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 상인들은 불과 며칠 동안의 한철 장사를 위해 바가지 요금이나 원산지 미표기 등으로 관광객을 우롱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은 매년 되풀이 된다. 그때마다 해당 지자체는 강력한 단속을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지자체와 일부 상인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축제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역 축제에 한 번 간 관광객은 다시는 찾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지역 축제의 질을 높이고,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지역 축제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정부도 더 이상 지자체에만 맡겨 놓아선 안 된다. 더 외면 받기 전에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