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편향 경제인식 확산에는 잘못된 설문조사도 원인

우리 사회의 반(反)시장경제 및 반기업 정서의 수위는 그 정도를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기업과 기업인을 죄악시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부정하면서 온갖 규제를 통해 경쟁을 제한해야 한다는 소위 경제민주화 주장은 이제 정치권이나 일부 좌파단체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상당수 국민 역시 이런 경제관에 동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좌편향 경제인식 확산에는 물론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요인도 숨어 있다. 바로 왜곡된 각종 설문조사다.

한경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전경련과 공동으로 박정수 서강대 교수에 의뢰한 시장경제 인식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박 교수에 따르면 똑같은 경제정책에 관한 질문도 경제원리에 대한 부정적 의견만 제시한 경우와 긍정적 의견을 같이 제시한 경우에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예를 들어 ‘경쟁은 강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므로 약자 보호를 위해 경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질문에는 67.6%가 찬성, 5%가 반대한 반면 ‘경쟁은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니 장려해야 한다’는 질문에는 37%가 찬성, 31.6%가 반대했다. ‘1가구 다주택자는 다른 사람의 주택 소유 기회를 뺏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에는 찬성 44.2%, 반대 24.8%였지만 ‘1가구 다주택자가 주택건설 활성화로 거주 공간을 늘리니 규제해선 안 된다’는 설문엔 찬성 32.6%, 반대 34.6%로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25개 설문 중 8개에서 이런 식으로 두 가지 질문을 주었을 때 전혀 다른 결론이 도출됐다. 설문 방식에 따른 대표적 통계 왜곡이 입증된 셈이다. 사실 각종 여론이나 설문조사에서는 도덕적 가치 판단이 포함된 질문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럴 경우 당연히 ‘동의’ 쪽 응답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좌편향 경제인식 확산에는 이런 오도된 설문이나 여론조사가 대중 인식에 되먹여지면서 좌경적 인식을 강화하는 역설이 적지 않다. 특히 정치권의 여론조사와 해석에는 이런 악의적 오류가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적절한 경제교육도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