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간 '스펙'…돈 받은 교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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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1
백일장 등 대회 수상경력 조작
구멍 뚫린 입학사정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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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허위 수상경력·봉사활동 실적 등을 담은 전형 서류를 제출해 2013년 3월 서울의 K대 한의예과에 입학한 손모군(20)을 업무방해 협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손군의 어머니 이모씨(49)와 손군이 다녔던 양천구의 모 사립고 생물교사 권모씨(55), 윤리교사 홍모씨(46) 등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경찰은 또 2012년부터 작년까지 시험문제를 학생에게 유출해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업무방해·배임수재)로 지난 6월 경찰에 붙잡힌 양천구 모 사립여고 국어교사 민모씨(57)도 손군의 가짜 ‘스펙 쌓기’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내 추가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손군은 2010년 11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열린 ‘G20 국가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청소년 발표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발표에 나선 것은 손군이 아닌 같은 학교 선배 김모군이었다. 김군은 유창한 실력으로 이 대회에서 입상했고, 상은 손군 명의로 수상했다. 이 대회 자료는 민씨가 만들어준 것으로 밝혀졌다. 손군의 어머니 이씨가 딸 입시 상담을 해준 민씨에게 부탁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민씨는 이 외에도 손군을 위해 네 편의 시를 대신 써줬고, 손군은 그 덕분에 한글날 기념 백일장 대회에서 입상했다. 민씨는 대가로 2011년 2월부터 1년간 손군 어머니로부터 2500만원을 받았다.경찰 관계자는 “입학사정관 제도와 관련해 비교과활동 제출 서류 및 경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수사 사항과 확인된 문제점을 교육부와 해당 대학교에 통보하고 조치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