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혜규, 중국 장완 주목하세요"
입력
수정
지면A24
피에르 스텍스 프랑스 IESA 교수“1970년대부터 미국 사교계를 오가며 앤디 워홀, 백남준 같은 예술가들과 교류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워홀의 작품은 매우 쌌어요. 마릴린 먼로 대형 그림이 1000유로(약 135만원)밖에 하지 않았으니까요. 지인에게 워홀의 작품을 사라고 했습니다. 지금 그 작품들은 55만유로(약 7억5000만원) 이상 나갑니다. 아트 컨설턴트의 역할이 여기에 있죠. 좋은 선택으로 고객의 자산 가치를 높여주고 훌륭한 예술 작품을 만나게 해줍니다.”
최근 방한한 피에르 스텍스 프랑스 IESA(고등예술연구원) 예술사 교수(78·사진)는 아트 컨설팅의 가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1971년부터 소규모 컬렉터 모임을 중심으로 아트 컨설팅을 해왔다. 아트 컨설턴트는 국내엔 2000년 무렵 도입됐지만 유럽 각국이나 미국에선 오랜 역사를 지닌 직업이다. 고객이 미술 작품을 사는 데 조언을 해준다.그는 현재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등의 총 6개 컬렉터 모임에 컨설팅을 하고 있다. 국내에도 변리사, 의사, 사업가, 은행가 등으로 구성된 모임이 있다. 회원들은 스위스 바젤국제아트페어, 파리 피악아트페어, 벨기에 브뤼셀아트페어를 스텍스 교수와 함께 다녀야 하고 1년에 네 차례 정기총회에 참석해야 한다. 정기총회 때는 주목해야 할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토론한다.
최근의 성과를 꼽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5년 전 회원에게 미국 작가인 크리스토퍼 울의 3면화 작품을 2만4000유로(약 3256만원)를 주고 샀는데 올해 초 35만유로가 되더니 최근에 추정가가 50만유로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럴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을 사야 할까. 그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소개했다. 스텍스 교수는 “먼저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곤 그 작품을 평론가로서 분석하는 단계를 거치죠. 작가의 작품을 미술사적 궤적에 따라 훑어봅니다. 마지막 단계는 철학과 비평입니다. 작가가 저 작품을 왜 만들게 됐는지 철학적으로 고찰해야 합니다.”그가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 작가 세 명을 꼽아달라고 했다. “한국의 양혜규,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 중국의 장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베르사유 박물관에 한국의 이우환 작가가 초대된 것을 보듯 현재 유럽에서는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제 미술시장에서 발굴하지 못한 재능 있는 숨은 작가들을 발굴해 유럽의 컬렉터들과 갤러리에 작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