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아닌 공유'로 기업가치 100억弗 만든 에어비앤비

Let's Master - 중소기업 플랫폼 비즈니스

집주인에 여행자 연결해 高성장
정부도 공공데이터 개방 확산

정보자산·운영 경험 등 공유로
리스크 줄고 자원배분 효율화
정부, 예산 늘려 '플랫폼' 키워야
에어비앤비는 여행자를 위한 숙소 공유 아이디어로 기업가치 100억달러 회사가 됐다. 사진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 사례인 에어비앤비 유럽 본사 모습.
‘소유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에어비앤비(airbnb)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집주인에게 여행자를 연결해 숙소를 중개해주는 에어비앤비는 2초마다 한 건씩 숙박예약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하얏트호텔 체인보다 17억달러 높은 100억달러. 창업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벤처기업으로는 엄청난 성장이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요인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공유경제다.

보유자산을 타인과 공유를 통해 편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욕구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공동물류센터와 같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기업 간 협력도 공유경제의 한 형태다. 기업 간 공유경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느 기업이 어떤 자원을 가졌는지, 어느 기업이 어떤 자원을 필요로 하는지를 쉽게 확인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이를 기업 간 비즈니스 플랫폼이라고 한다.# 중소기업을 위한 디지털 공유경제

최근에는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플랫폼을 통한 공공데이터 개방과 확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정보교류 플랫폼 ‘K헬스’,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은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플랫폼 사업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플랫폼 사업으로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이하 기정원)이 구축·운영하고 있는 경영혁신 플랫폼(www.smplatform.go.kr)이 있다. 이 플랫폼은 업종 고유의 특성을 반영해 개발한 하나의 솔루션을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이용, 정보자원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했다. 기정원은 사업 1차연도에 선정된 쌀가공 식품과 조선해양기자재, 가스판매, 정수기, 부산도금, 플라스틱, 출판 등 7개 업종의 특화형 솔루션을 개발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경영혁신 플랫폼은 지금까지 1800여개의 중소기업이 가입·이용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한 기업 간 공유사례를 보자. 가공용 쌀 매입 대상 업체들은 그동안 정부로부터 쌀을 매입해 쌀국수, 누룽지, 쌀과자 등의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해 왔다. 그러나 제품을 생산하고 남은 쌀을 처리할 방법이 마땅찮았다. 수요처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재고쌀을 폐기처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들 회사가 ‘경영혁신 플랫폼’을 이용하면서 해소됐다. 매월 정부로부터 매입한 쌀의 생산량과 재고량이 정보화돼 있어 재고쌀의 양도 또는 양수를 원하는 기업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매월 축적된 정보들은 기업과 정부 모두에 다음 연도 매입(또는 배정)계획의 중요한 기초정보로 활용된다. 게다가 정부는 배정된 쌀이 실제 그 목적에 맞는 용도로 사용됐는지 추적해 이력 관리가 가능해졌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수기로 처리하던 업무를 시스템화하면서 업무처리 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증가를 화폐가치로 환산할 경우 연간 5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들어 성공한 기업의 핵심가치를 살펴보면 공유가치 경영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 프랜차이즈 경영 방식은 본사가 매장 운영 노하우를 분점(파트너사)과 공유한다는 면에서 공유가치 경영의 보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분점은 일정한 대가를 내고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마케팅 경험, 점원 교육, 매장 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를 본사로부터 제공받는다. 덕분에 창업 초보자도 손쉽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기정원의 경영혁신 플랫폼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 업무 정보화에 필요한 자금이나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정보자산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 공유가치 창출 확대 노력 필요

지난 12년간 정보화지원 사업을 통해 지원한 중소기업 수는 3700여개사다. 한국 전체 중소기업을 대략 300만개라고 치면 앞으로 85년을 더 지원해야 전체 중소기업의 1%를 지원할 수 있다. 이렇듯 예산제약으로 중소기업의 정보화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해마다 정보화 지원예산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마다 직접 구축·설치하는 방식의 정보화 지원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 중소기업은 정보화 구축 및 유지에 필요한 자금이나 구축된 시스템을 지속·관리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중소기업이 기업 간 협업이나 거래를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보화지원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과 정부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필요한 때다. 앞서 소개한 경영혁신 플랫폼처럼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적용, 많은 기업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정보자산과 운영경험을 공유하면 정부는 효율적으로 자원의 재분배를 실현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적은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정보화에 따른 리스크와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 간 정보공유와 협업모델을 유도해 플랫폼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정부는 중소기업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형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 조성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양봉환 <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