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다지고 新기술 개발…50년 지나도 '꿋꿋'한 건설社

선도 건설사 유망 분양현장 - 현대건설·대림산업 등 '안정 경영' 돋보여

50년 前 30대 건설사 중 21곳 사라져

무리한 사업 확장·과도한 차입 '부메랑'
외환위기·금융위기때만 9곳 문 닫아
전문가 "경영자 위기대응력 가장 중요"
960년대 이후 국내에서는 전후 복구작업과 경제 개발 정책에 힘입어 건설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급성장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중동의 ‘오일달러’ 덕분에 해외 진출에도 눈을 돌렸다. 하지만 그때 잘 나가던 건설사들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반세기 역사 동안 건설사들의 부침이 적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실을 다지고 공사 관련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한 건설사들은 장수기업 반열에 올랐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시공능력평가에서 내리막길을 걷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50년 만에 30대 건설사 65% 사라져1962년 당시 도급한도액(1998년부터 시공능력평가액으로 개편) 상위 30위권 건설사 중에 2012년까지 순위를 유지한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 풍림산업, 삼부토건, 삼환기업, 극동건설, 동아건설산업, 신성건설 등 9곳(건설산업연구원의 ‘시대별 건설기업의 경영실패 특성 분석 보고서’ 기준)이다. 하지만 올해 기준으로는 현대건설, 대림산업, 경남기업만 30위 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환기업, 극동건설, 삼부토건은 나란히 33~35위다. 경남기업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으로 은행 관리를 받고 있고 극동건설과 동아건설은 법정관리 상태다. 삼부토건은 2011년 4월 법정관리 신청 후 6월에 철회했으나 이후 수주와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신성건설은 오랜 법정관리를 지나 새로운 기업에 인수돼 주택사업을 추진하려는 상태다. 풍림산업은 법정관리를 졸업한 뒤 부실 정리에 나서고 있다. 온전한 기업은 현대건설과 대림산업밖에 없다.

당시 도급순위 상위 30위권에 포진했던 대형사 중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21곳은 미래상황에 대한 판단 착오, 무리한 사업다각화 등 부적절한 전략, 외환위기 등으로 좌초했다.

현대건설에 이어 도급순위 만년 2위였던 동아건설은 1등을 해보겠다며 무리한 게 화근이었다. 재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제2·3금융권에서 7000억원 안팎을 빌린 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동아그룹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위기 대응 능력 갖추고 무리한 확장 말아야

건설사의 몰락은 특히 경제위기 때 두드러졌다. 50년 전 30위권 건설사 중 7곳(25.0%)이 1970년대 석유파동기에, 5곳과 4곳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각각 쓰러졌다. 그만큼 외부 변수에 대한 체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대형사들이 쓰러진 원인은 미래 상황에 대한 판단 착오와 과다한 욕심, 자질·경영능력 부족 등으로 나뉜다. 무리한 사업 다각화, 과도한 차입, 리스크관리 실패, 잘못된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실패한 사례도 많다. 1998년 외환위기와 10년 후 다시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에 더해 대형사고나 정치권과의 갈등 등도 한몫했다.유일하게 경영위기를 피해간 대림산업은 1939년 설립 후 안정을 최우선에 둔 보수적 경영을 고수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면서도 건축 토목 해외플랜트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건설경기 장기침체로 계열사인 고려개발과 삼호까지 경영위기를 겪었지만 꿋꿋이 버틴 원동력은 대림산업이라는 모회사의 안정 중심 경영기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최근 분양시장 회복기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시행사의 신탁사업과 자체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새로운 주택 명가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경기 등 변화를 주시하고 적기에 대응하는 경영자의 역량이 뒷받침돼야 장수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영자의 위기대응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리한 사업 확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수적인 재무관리와 조직문화 혁신, 윤리경영, 신규사업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