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韓·日 지식인의 생각을 담아내다

한국의 知를 읽다
노마 히데키 엮음ㅣ김경원 옮김ㅣ위즈덤하우스ㅣ752쪽│2만8000원
“감성적인 접근이 가능한 한국의 영화와 음악, 미술 등은 일본에서 깊이 있고 폭넓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국의 지(知)에 대해서는 일본어권의 뛰어난 지식인조차 자신 있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한국의 문화 가운데 ‘지’는 일본어권에서 마치 암흑과 같이 함몰돼 있는 듯하다.”

노마 히데키(野間秀樹) 일본 국제교양대 객원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노마 교수는 2010년 세계문자사에서 한글의 혁명성을 철저한 이론적 근거와 탁월한 문체로 풀어낸 《한글의 탄생》으로 잘 알려진 인물. 그가 한국의 ‘지’에 접근해 보겠다며 2013년 3월부터 일본 지식인 94명, 한국 지식인 46명으로부터 책을 추천받아 그 책들에 대한 양국 지식인들의 생각을 담은 것이 《한국의 知를 읽다》이다. 지난 2월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조선의 지를 읽다》의 한국어판이다.한국의 ‘지’와 만날 수 있는 책을 추천한 양국 지식인의 면면은 다양하다. 역사학자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사상가이자 문예비평가인 가라타니 고진(柄谷善男)을 비롯해 학자, 언론인, 출판인, 작가, 시민운동가, 영화감독, 건축가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책을 추천하고 글을 썼다. 일본어권에서 추천된 책이 265종, 한국 필자들의 추천서가 135종이다.

가라타니는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을 추천하면서 “일본인은 ‘축소할’ 때는 독창적이고 훌륭하지만 ‘확장’하는 일은 적성에 맞지 않아 파탄을 맞이하고 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일본은 확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짐작이 들어맞았다”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헤이본샤의 출판인 류사와 다케시는 김구의 《백범일지》를 추천했다. 그는 조지 오웰이 내셔널리즘과 애국심을 구별하면서 애국심을 ‘자신이 속한 특정 지역과 특정 생활방식에 대한 헌신’이라고 정의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이웃나라의 민족주의에는 ‘백범적 애국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일본의 내셔널리즘을 반성하기 위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와다는 고 리영희의 《분단민족의 고뇌》를 추천하면서 “그가 쓰는 문장의 치밀함과 예리함은 놀라고도 남을 정도지만 인품은 실로 부드러운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