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차이나머니의 공습…'뉴욕의 왕국'까지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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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머니(중국의 거대 자본)의 공습이 거세다. 작년 1080억달러(약 115조8000억원) 수준이던 중국의 해외 직접 투자는 2017년에는 2000억달러까지 확대할 전망이다. 투자 주체와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해외 투자가 민간 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자원 개발에 집중되던 투자 대상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금융·부동산 시장까지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호텔을 인수하는가 하면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유럽 각국의 부동산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美 랜드마크 잇따라 사들이는 中
지난 6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월도프아스토리아가 중국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에 넘어갔다. 1931년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5성급 호텔이면서 ‘세계 정상들의 호텔’로도 불린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이 자주 머물러서다. 지난달 유엔총회 때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이 호텔을 선택했다. 영화 ‘세렌디피티’와 ‘여인의 향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안방보험은 이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단일 호텔 거래 금액으로는 가장 큰 액수다. 1413개의 객실 수를 감안할 때 객실당 140만달러를 지급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중국 푸싱그룹이 맨해튼 남단 월스트리트의 노른자위에 있는 원체이스맨해튼플라자를 7억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중국 부동산 재벌인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은 애플센터로 유명한 맨해튼 GM빌딩을 캐나다 부동산개발회사와 공동으로 34억달러에 사들였다.
플라자합의 후 일본 기업들과 유사이런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플라자합의 후 일본 기업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후 일본 정부가 급등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저리의 막대한 자금을 움켜쥐게 됐다. 이때 일본 기업들은 대거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1989년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가 14억달러를 주고 ‘맨해튼의 심장’이라 불리는 록펠러센터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중국 기업들의 상황이 당시 일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22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자본이 미국의 초고가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경기침체에 신음하는 유럽까지 공략
중국은 부동산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유럽연합(EU) 직접 투자 규모는 260억유로(2012년 기준·약 35조2550억원)에 달한다. 2010년만 해도 61억유로에 그쳤다. 인도 등 신흥국보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2년 만에 네 배 급증했다.
중국 핑안보험은 작년 5월 영국 런던 금융가의 명물이자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로이즈 본사 빌딩을 2억6000만파운드(약 4450억원)에 샀다. 푸싱그룹은 프랑스의 리조트 체인인 클럽메드의 지분 18.2%를 인수하기도 했다. 완다그룹도 올 6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의 랜드마크인 스페인타워를 2억6500만유로에 사들였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침체와 불안한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에서 발을 빼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유럽 각국별 중국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많고, 그 뒤를 프랑스가 이었다. 올 들어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민영 기업들의 인수합병(M&A)까지 치면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에 투자한 중국 기업의 97%가 “앞으로 수년간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자원 부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선진국 기술과 브랜드 인수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최소 2019년까지는 중국의 해외 투자 열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다만 유럽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
美 랜드마크 잇따라 사들이는 中
지난 6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월도프아스토리아가 중국 보험회사인 안방보험에 넘어갔다. 1931년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함께 뉴욕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5성급 호텔이면서 ‘세계 정상들의 호텔’로도 불린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이 자주 머물러서다. 지난달 유엔총회 때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이 호텔을 선택했다. 영화 ‘세렌디피티’와 ‘여인의 향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안방보험은 이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단일 호텔 거래 금액으로는 가장 큰 액수다. 1413개의 객실 수를 감안할 때 객실당 140만달러를 지급한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에는 중국 푸싱그룹이 맨해튼 남단 월스트리트의 노른자위에 있는 원체이스맨해튼플라자를 7억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중국 부동산 재벌인 장신 소호차이나 회장은 애플센터로 유명한 맨해튼 GM빌딩을 캐나다 부동산개발회사와 공동으로 34억달러에 사들였다.
플라자합의 후 일본 기업들과 유사이런 중국 기업의 움직임을 플라자합의 후 일본 기업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 후 일본 정부가 급등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일본 기업들은 저리의 막대한 자금을 움켜쥐게 됐다. 이때 일본 기업들은 대거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1989년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가 14억달러를 주고 ‘맨해튼의 심장’이라 불리는 록펠러센터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중국 기업들의 상황이 당시 일본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간 중국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22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자본이 미국의 초고가 부동산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기업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경기침체에 신음하는 유럽까지 공략
중국은 부동산을 포함한 유럽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유럽연합(EU) 직접 투자 규모는 260억유로(2012년 기준·약 35조2550억원)에 달한다. 2010년만 해도 61억유로에 그쳤다. 인도 등 신흥국보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2년 만에 네 배 급증했다.
중국 핑안보험은 작년 5월 영국 런던 금융가의 명물이자 세계 최대 재보험회사인 로이즈 본사 빌딩을 2억6000만파운드(약 4450억원)에 샀다. 푸싱그룹은 프랑스의 리조트 체인인 클럽메드의 지분 18.2%를 인수하기도 했다. 완다그룹도 올 6월에 스페인 마드리드의 랜드마크인 스페인타워를 2억6500만유로에 사들였다.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기 침체와 불안한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에서 발을 빼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0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유럽 각국별 중국의 투자 대상을 살펴보면 영국이 가장 많고, 그 뒤를 프랑스가 이었다. 올 들어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지금 진행 중인 민영 기업들의 인수합병(M&A)까지 치면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에 투자한 중국 기업의 97%가 “앞으로 수년간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자원 부국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중국 기업들이 최근에는 선진국 기술과 브랜드 인수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게 FT의 분석이다. 최소 2019년까지는 중국의 해외 투자 열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다만 유럽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중국 기업에 넘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은정 한국경제신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