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홍콩 총회] "정부 규제는 노예로 가는 길…민간의 창의 꺾는 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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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끝) 규제에 대한 또 다른 시각지난달 초 홍콩에서 열린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MPS)’ 총회에서는 스위스 석학 피터 베른홀츠 전 바젤대 교수의 주제발표가 이목을 끌었다. 그는 ‘노예로 가는 점진적이고도 은폐된 길’이라는 발표로 정부 규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급증하는 규제로 늘어나는 공무원 채용 및 운용비용과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시간, 비용을 예로 들었다.
피터 베른홀츠 前 스위스 바젤대 교수
베른홀츠 교수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고통을 주는 정부의 복잡한 세제도 간접적인 규제로 봤다. 국민의 행동을 제약하는 법률 과잉은 오히려 법치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기관의 권력을 제한하는 ‘법치’ 없이는 개인적인 자유와 창의가 가능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그의 발표 내용을 요약 정리한다.법률·규제의 ‘홍수’
기업들 법·규정 준수하느라 혁신에 쓸 시간·비용 빼앗겨
EU의 화학물 규제 과잉
각국 규제 공무원 넘치는데 유럽화학물청 또 500명 고용
美 장관도 稅制에 ‘분통’
“세제·신고양식 너무 복잡…눈 감기 전 간소화해달라”개인의 자유와 기업의 창조적인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들이 홍수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대책을 찾기가 어렵다. 규제 증가는 급증하는 법과 행정명령을 보면 알 수 있다.
1997년 3월 아드리아노 카바디니 스위스 하원의원의 질의에 스위스 연방정부는 “늘어나는 법률은 국민과 기업이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며, 계속 바뀌는 법은 국민과 기업의 적응 능력을 테스트하고 감당하기 쉽지 않은 비용을 요구한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민간의 창의를 저하시킨다”고 시인했다. 미국의 저명한 한 법학자는 “법과 변호사들이 너무 많다”며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자발적인 수용이나 비공식적인 관행보다는 법정에서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몇몇 국가에서 쏟아져 나온 신규 법률과 행정명령을 보면 경악스럽다. 영국의 경우 마거릿 대처 전 정부 때 1724건이었던 신규 법률 제정이 존 메이저 전 정부 때 2402건, 토니 블레어 전 정부 때는 2663건으로 불어났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머카투스센터가 2012년 10월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규제집에서 ‘허용 안 된다’ ‘금지한다’ ‘반드시 해야 한다’ ‘요구된다’ ‘해야 한다’라는 단어가 1997년 83만4949개에서 2010년 100만1153개로 늘었다. 연평균 1만2808개 증가했다. 이는 1789년부터 1997년까지 208년 동안 연평균 4013개 규제가 증가했던 것보다 많다.
2013년 5월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1년 동안 130개가 넘는 정부 규정들이 양산된 것으로 증언됐다. 이 규정은 해마다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전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첫 1년 동안에 제정된 약 50개 규정의 두 배가 넘었다.규제 준수하느라 중소기업 타격 커이런 현상이 국민과 기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라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사결정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법률, 명령, 규제들이 홍수와 같으니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법치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개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행동을 저지를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중소기업이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고 해도 그만큼 혁신을 위한 시간과 비용은 줄어드는 것이다. 기업 설립을 준비하는 국민도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홍수처럼 늘어나는 법과 규제를 낳는 일부 원인은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이다. 선진국에서 인구 증가 영향은 별로 크지 않지만 경제 발전은 다르다. 경제는 신제품을 계속 생산하면서 성장한다. 신제품을 생산하고 운송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과 건강에 대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자동차 사용이 증가하면 교통사고 건수도 늘어나고, 새로운 약품과 화학제품이 생산되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쓰레기가 쌓이면서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도 증가한다. 동식물의 멸종위기도 커진다. 이 같은 위험과 위기를 줄이고 제한하려면 신규 법률과 규제가 필요할 수 있다. 속도제한 등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신약 생산과 상용화를 허가하기 전에 부작용을 통제할 정부 기관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어떤가. 유럽연합(EU) 화학물 규제(REACH·화학물의 등록, 평가, 인가 규제)의 과잉성에서 잘 드러난다. EU는 이 규제를 도입하면서 담당기관인 유럽화학물청(ECHA)을 2007년 스웨덴 헬싱키에 신설했다. ECHA는 이미 500명의 공무원을 채용했으며 앞으로도 채용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EU 회원국에는 이미 화학물 규제 공무원들이 채용돼 있는데도 말이다. 기업 부담도 늘어났다. 이 규제 때문에 독일 화학업체인 바스프는 2억5000만유로를 부담해야 했다.
미국 장관도 호소한 복잡한 세제
복잡한 세제도 문제다. 늘어나는 세무 컨설턴트가 그 증거다.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조차 지난 4월 미국 국세청에 보낸 항의 편지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납부하는 연방소득세와 세무당국의 세금환급이 정확한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누적된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세제와 세금신고 양식이 너무 복잡해 대다수 일반 국민이 정확하게 세금을 내거나 환급받는지 모른다. 작년에 나는 세무사 비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들었다. 아내와 나는 앞으로 살 날이 많지 않은 80대이지만 눈을 감기 전에 미국 정부가 세제를 간소하게 개선해서 많은 국민이 진정으로 납세의무를 정확하게 이행하고, 그렇게 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세제를 개혁하기는 쉽지 않다. 독일에서는 2011년 세제를 간소화하는 개편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나 정당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진전되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이익단체를 위한 세제 구멍과 혜택을 국민들이 알 수 없게 숨기고, 경제 붕괴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높은 세율을 세금 감면과 면제라는 혜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제를 간소화하면 이익단체에 이익을 주는 이런 예외들까지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세제 간소화는 이익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된다. 때론 저항이 ‘사회정의’ 등의 슬로건으로 위장막을 쓰기도 한다.
정리=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