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영원한 노스탤지어"

기업 경영하며 35년간 사진 작업
김영재 대표 15~20일 바다 사진전
김영재 세한프레시젼 대표와 그가 강원도 고성에서 찍은 ‘해금강’.
“갯내음이 가득한 바다가 그저 좋습니다. 바다는 우리에게 영원한 노스탤지어(향수)죠. 어린 시절 연인의 손을 잡고 갔던 시간들이 그곳에 가면 아련하게 피어나거든요. 바다는 그래서 인생극장 같은 곳이죠.”

건축자재 도어핸들 전문 생산업체 세한프레시젼을 운영하는 사진작가 김영재 대표(69)는 바다와 인생을 이렇게 비교했다. 장터 사진작가로 유명한 김 대표는 오는 15~20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바다 사진을 모아 개인전을 연다.

김 대표는 “동해안 해안도로(부산~고성·7번 국도)를 따라 포착한 다양한 바다의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려는 뜻에서 이번에 전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터 사진 작업에 15년간 매료된 그가 바다 사진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 그는 1977년 일본 출장을 가는 친척에게 부탁해 캐논 카메라를 구입한 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강변의 안개에 렌즈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거래업체 부도로 사업이 거덜나자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고 사진에 매달렸다.렌즈 속 세상은 그의 눈을 빨아들였다. 사업 실패의 아픔도 카메라 앵글 속으로 필터처럼 걸러져 증발했다. 문화센터와 사진연구회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깊이 배웠다. 내친김에 사진 공모전에 응모해 입문 4년 만에 은상을 받으면서 사진작가로 등단했다. 지난 35년 동안 새벽에 출사를 나가기도 했고 깊은 산중을 찾기도 했다. 현장에서 2~3일씩 묵으며 찍은 장터, 바다 등 풍경 사진만 수천점에 이른다. 사업도 사진처럼 순조롭게 풀렸다. 지금은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되려는 생각으로 안개 사진을 찍으러 곳곳을 다녔는데, 어느 날 양수리에서 사진을 찍고 양평장에 가게 됐어요. 장터 분위기를 보면서 ‘무의미하게 안개를 찍으면 뭐하나, 사라져가는 것들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장터에 관심을 두게 됐죠.”

장터 사진에 빠진 김 대표는 2009년 9월 우연히 7번 국도를 지나가게 됐다. 바다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무욕의 안식처’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로부터 약 4년 동안 7번 국도를 100번 정도 오가며 수많은 바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장터 사진 분야 전문가인 김 대표가 바다 사진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그는 “바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좋아서 찍는다”며 “바다를 찍을 때면 활짝 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어렵고 힘들어도 누구나 바다를 보면 마음도 활짝 웃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바다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면 내 소임은 끝난 겁니다.” (02)720-1020

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