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경제학상 수상 최재필 교수 "글로벌 특허전쟁에 中企 무방비…정부 지원을"

인터뷰

相生도 좋지만 中企적합업종, 적절한지 의문
목적 정당성·수단 적절성 구분해 봐야 할 문제
예기치 못한 결과 유의해야
“‘대기업은 빵집 만들면 안 된다?’ 경제주체들의 공생을 유도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과연 이 같은 수단이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최재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사진)는 지난 10일 제33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직후 인터뷰에서 최근 재지정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최 교수는 특허기술과 관련된 기업의 전략적 행동, 공정경쟁 정책 등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논문을 다수 발표한 경제학자다.

최 교수는 최근 삼성-애플 특허소송 등 글로벌 특허 전쟁 확산과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무차별적으로 특허를 사 모은 뒤 각국 제조기업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수익을 올리는 ‘특허 괴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한국 중소기업들은 거의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최 교수는 또 “빈부격차가 너무 심해지면 사회적 통합이 어렵고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는 만큼 약자 보호와 상생 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면서도 “특정 업종을 집어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라며 대기업은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인위적”이라고 꼬집었다.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절성은 구분해서 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 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개별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것으로 2011년부터 시행됐다. 민관 합동 동반성장위원회가 특정 업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3년간 대기업은 해당 업종에서 철수 또는 확장 자제를 권고받는다.

최 교수는 특히 정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을 예로 들면서 “LED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건 소규모 조명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대기업이 물러난 자리에 필립스·오스람 등 외국계 기업만 득세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여론에 떠밀려 섣불리 도입한 제도는 이 같은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국제적으로 자본가에게 누진적 부유세를 도입해 최상위층에 쏠린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는 토마 피케티의 주장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부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뛰어난 성과를 낸 개인이나 기업에 보상(인센티브)을 줘야 한다”며 “빈부격차란 각 경제주체가 차등적인 보상을 받아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성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美 유학길 열어준 故최종현 회장에 감사”
고등교육재단 통해 유학

“고(故) 최종현 SK그룹(당시 선경그룹) 회장(사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앞섭니다.”

최재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0일 시상식에서 “최 전 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 덕분에 유학 기회를 얻어 학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998년 타계한 최 전 회장이 세계적 수준의 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1974년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우수 인재들을 선발해 유학 준비와 학비, 생활비 등을 모두 지원하는 해외유학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자연과학, 정보통신 등 각 분야에서 배출한 박사학위자만 550여명에 이른다.최 교수는 1983년부터 5년 동안 조건 없이 지원을 받았다. 최 교수는 최 전 회장에 대해 “한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