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시계' 멈춘 서부이촌동, 17억까지 갔던 아파트 이젠 7억

그나마도 올해 겨우 8건 거래
용산국제지구 무산 1년…거래 제한은 풀렸지만…

市, 코레일부지와 분리개발 방침
주민들 개발방식 놓고 갈등 여전
"재건축한다 해도 분담금 어쩌나"
지난해 10월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해제된 지 1년이 지난 서울 서부이촌동 아파트·단독주택 지역은 계속되는 주민 갈등으로 인해 서울시 개발계획까지 늦어지고 있다. 한경DB
“드림허브가 소송에서 졌다고요? 서부이촌동(서울 용산구) 주민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조만간 이 일대 개발이 재추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주민도 거의 없어요.”(서울 이촌동 행복공인 관계자)

지난 10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용산사업)’ 무산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소송에서 민간 출자사인 드림허브금융투자프로젝트(드림허브)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패소하면서 다시 관심을 끌었지만, 14일 서울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 일대 분위기는 무덤덤했다.
용산사업지구로 함께 묶여 있던 서부이촌동 아파트 지역이 용산사업 무산과 함께 작년 10월 개발지구에서 해제된 이후 1년이 지났다. 재산권 행사가 5년 만에 다시 가능해졌지만 ‘서부이촌동 개발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지구지정 해제, 지난 6월 서울시장 선거 등을 거치며 용산 개발 기대감도 다시 살아나는 듯했으나 금방 사그라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민 간 의견 마찰이 계속되고 있고 서울시 용산대책 발표도 미뤄지면서 투자자들이 서부이촌동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아파트 거래 전무용산사업지구에 포함됐던 중산·대림·미도·이촌시범 아파트는 지구 해제 1년이 지났지만 매매 거래는 크게 부진하다. 지난해 10월 지구지정에서 해제된 직후 매물 문의가 늘면서 호가가 일시적으로 올랐던 게 전부다.

이곳 1200여가구 아파트 중 올 들어 대림아파트 전용 59㎡형과 84㎡형이 각각 4억8500만~5억원, 7억2800만~7억3500만원 사이에서 8건만 거래됐을 뿐이다. 6월 이후엔 거래도 없다. 개발 열풍이 불던 2008년 중반 이 아파트 전용 84㎡형은 최고 17억원에 거래됐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가 고가에 팔리면서 용산사업 핵심 부지인 코레일 철도정비창부지 매각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서울시 개발 가이드라인 발표가 미뤄지면서 서부이촌동은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에서 멀어졌다는 설명이다. 남상순 대성공인 대표는 “이제 주민들이 모든 문제를 자체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재건축을 한다 해도 분담금 때문에 (주민들이) 의욕이 없다”고 전했다.드림허브와 코레일 간 소송뿐 아니라 주민이 서울시와 드림허브를 상대로 낸 소송도 있다.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협의체인 11개구역동의자대표협의회의 김찬 총무는 “서울시는 용산구역 지정 해제에 불법이 없다고 주장하고 드림허브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해제했다고 주장한다”며 “지구 해제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는 소송 결과가 11월에 나온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관련 소송이 적지 않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속되는 주민 갈등…시(市) 계획도 난항

서울시는 서부이촌동의 단독 개발을 구상 중이다. 철도정비창부지와 분리해 별도의 개발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시는 이를 위해 주민 의견을 반영한 용산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재정비 계획안 마련이 늦어지는 건 지역 주민들 간 입장 차이 때문이라는 게 용산구청 설명이다. 특별계획구역은 중산아파트·이촌시범 및 미도연립·남측 단독지(연립주택) 등 세 개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단독지는 아직 주민협의체도 꾸리지 못했다. 단독지는 용산사업지구로 포함되기 이전부터 재건축 조합이 있었으나 새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기존 조합이 주민을 대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나머지 두 곳은 조합은 있지만 땅이 서울시 소유라는 게 걸림돌이다. 땅과 건물을 모두 갖고 있어야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다. 주민들은 땅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부이촌동 개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민 합의”라고 말했다.

이현진/김병근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