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자동차 키'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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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년여 만에 17만원 붕괴자동차주가 뚜렷한 신규 악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제히 급락했다. 현대차 주가는 3년2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밀렸다. 3분기 실적 둔화 우려와 엔화 약세, 통상임금 소송 위험,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고가매입 논란 등이 자동차주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모두 시장에 이미 드러난 악재였던 만큼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자동차주에 발생한 ‘시간차 충격파’ 원인으로 9월 이후 자동차주 급락에 따른 국내외 펀드의 손절매(loss cut)를 꼽고 있다.
9월 이후 주가 20%이상 빠져
펀드 손절매 일시적으로 몰린 탓
외국인 비중↓· ELS손실구간 진입
물량 해소돼야 주가 조정 멈출 듯
◆‘손절매 함정’ 빠진 車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거래일 대비 4.0% 하락한 16만8000원을 기록했다. 2011년 8월22일(16만1500원) 이후 처음으로 17만원 선이 무너졌다. 현대모비스(-3.69%)와 기아차(-3.09%)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차그룹 자동차 관련 3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84조5951억원에서 이날 81조4880억원으로 하루 만에 3조원 안팎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자동차주의 급작스런 동반 추락 원인으로 국내외 주요 펀드의 손절매 탓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하고 있다. 공모펀드는 따로 손절매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 대부분의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에서 매입단가 대비 20~25%가량의 손실이 발생하면 손절매에 들어가도록 돼 있다. 기관에 따라 손실률 기준을 8~10%로 박하게 잡는 곳도 있다. 현대차의 경우 9월 이후 주가가 27.89% 떨어졌고, 현대모비스는 20.06% 추락했던 만큼 펀드들의 손절매가 일시에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뱅가드펀드가 한국 주식을 대거 팔 때도 현대차는 17만원 선을 지켰는데 이번에 17만원 선이 무너진 것은 펀드들의 손절매 물량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도 “펀드들의 손절매 물량이 모두 소화된 이후에야 주가 조정이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악재 사면초가 자동차주
손절매 함정뿐 아니라 자동차주를 억누르는 요인은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선 현대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상당수가 손실구간(녹인)에 진입, 잠재매도 물량이 적지 않은 점이 지적된다. 상당수 롱쇼트펀드들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동차주를 연일 매도하면서 주가 반등을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 결정 이후 외국인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차의 한전부지 매입 결정 이후 한 달 동안 외국인 지분율은 45%대 중반에서 1%포인트가량 줄었다. 자동차 관련 3사의 주가 급락으로 매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자동차주가 조금이라도 반등하면 추가 매도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는 우려다.부산지법이 르노삼성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에도 소송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악재가 겹친 자동차주가 당분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증권사들도 잇따라 자동차주 목표주가를 내리고 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12개 증권사가 현대차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대부분 하향 조정폭이 15~20%에 달했다. KB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기아차 목표주가를 경쟁적으로 낮췄고, 현대모비스 역시 5개 증권사로부터 목표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김동욱/이고운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