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패션, 이제는 '디자이너·백화점 브랜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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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민 기자 ] # "김서룡 디자이너는 패턴과 커팅의 마술사라고 불리잖아요. 풍성한 프렌치(프랑스산) 덕다운 솜털이 90% 이상 꽉 차있는데도 커팅과 퀼팅 덕에 허리선이 들어가죠. 실버그레이 색상을 제가 입고 있는데 색상이 오묘해 명품하우스 제품 느낌이예요."
GS홈쇼핑(GS샵)의 자체(PB) 브랜드 'So, Wool'의 패딩 재킷 판매 방송. 동지현 쇼핑호스트가 상품을 소개하자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거든다. "날씬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나왔어요, 한 겨울도 거뜬하죠."#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를 롯데홈쇼핑에서 론칭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면 바지가 10만원 후반 대예요. 롯데홈쇼핑이 LF와 협약을 맺어 질바이질스튜어트 팬츠가 14만8000원이 아니라 7만9000원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됐죠."
롯데홈쇼핑의 프로그램 '정쇼'에서 정윤정 쇼호스트가 "방송 중에만 이 같은 가격 혜택이 가능하다"며 소개하자 시작한 지 10여 분만에 32사이즈 두 색상이 매진됐다.
홈쇼핑이 보다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패션 제품의 판매 창구로 변모하고 있다.각 홈쇼핑은 저렴한 패션 제품 판매처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유명 스타일리스트를 기용해 쇼호스트와 함께 상품 판매를 맡겼다. 이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백화점 브랜드를 잇따라 영입하며 고급화에 나섰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도 불경기 속에서 매출 성장세가 살아있는 홈쇼핑 업계로 발을 디디고 있는 모습이다.
쇼호스트들은 저렴함만을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옷의 소재와 디자인을 강조하며 '백화점 상품에 못지 않다'는 점을 되풀이해 말한다. 홈쇼핑 패션이 저렴한 가격에 여러벌을 묶어 파는 것이란 인식을 깨기 위한 것이다. 따라오는 사은품도 상품이 바지인 경우 벨트 등으로 기획해 '토털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 비중을 둔다.
고객들은 고가 패션 제품도 홈쇼핑에서 왕성하게 구매하고 있다. 홈쇼핑은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판매 창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겨울이 되면 모피류도 인기상품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768만원짜리 블랙그라마 하프코트를 팔기도 했다.이에 홈쇼핑의 패션 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연간 패션 부문 평균 판매 단가는 2011년 9만1000원에서 2012년 10만3000원, 지난해 15만3000원으로 뛰었다.
홈쇼핑 전체에서 패션 부문이 차지하는 덩치도 점차 커지고 있다. GS홈쇼핑의 취급고(보험 제외)에서 패션 비중은 2011년 30%를 기록했고, 지난해 42%까지 상승했다.
각 홈쇼핑은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패션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놨다.GS홈쇼핑은 2012년 손정완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 '에스제이 와니'를 시작으로 '앤디앤뎁'의 김석원·윤원정, 김서룡, 이승희, 이석태, 젬마홍, 조성경 등 15인의 디자이너와 잇따라 협업 브랜드를 내놨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 지난해 1000억 원의 취급고를 달성했다.
CJ오쇼핑은 2009년부터 정윤기 스타일리스트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셀렙샵'을 선보이며 패션 부문 고급화에 나섰다. 자체 속옷브랜드 '피델리아'를 2001년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20여 개의 자체브랜드(PB)를 개발했다. 기존 브랜드의 판매권을 확보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제일모직과 '후부'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운영을 맡아 재론칭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디자이너 모임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와 협약을 맺고 올 가을 'CFDK'란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홈쇼핑은 패션 멘토로 잘 알려진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를 기용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트로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 국내 총판과 직접 계약을 맺고 판매, 명품 부문의 강점을 키웠다. 최근에는 '패스트패션' 방식을 홈쇼핑에 도입했다. 한·중·일 6인의 디자이너 상품을 프로그램별로 3000~5000장만 한정 생산, 방송에서만 구입하도록 한 시도다.
롯데홈쇼핑은 '브랜드 차별화와 서비스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롯데홈쇼핑 독점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을 키우고 고급 백화점 브랜드들의 단독 입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 진출로 이미지 저하를 우려하던 패션 기업들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다만 기존 브랜드의 서브라인을 론칭하거나 홈쇼핑용 제품 혹은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기존 채널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LF(옛 LG패션)는 롯데홈쇼핑과 제휴를 맺고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에 이어 여성복 브랜드 '질 바이 질스튜어트'를 론칭시켰다. 여성복 기업 린컴퍼니는 중가 브랜드 'KL'을 GS홈쇼핑에서 판매한다. 금강제화는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을 CJ오쇼핑에 선보이기로 했다. 패션그룹형지는 홈쇼핑 전용 여성복 브랜드 '끌레몽뜨'를 내놨다.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홈쇼핑 패션이 '저렴한 묶음 상품'이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면서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 등으로 시도하기 쉽지 않은 채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GS홈쇼핑(GS샵)의 자체(PB) 브랜드 'So, Wool'의 패딩 재킷 판매 방송. 동지현 쇼핑호스트가 상품을 소개하자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거든다. "날씬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나왔어요, 한 겨울도 거뜬하죠."# "뉴욕 디자이너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를 롯데홈쇼핑에서 론칭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면 바지가 10만원 후반 대예요. 롯데홈쇼핑이 LF와 협약을 맺어 질바이질스튜어트 팬츠가 14만8000원이 아니라 7만9000원으로 소개할 수 있게 됐죠."
롯데홈쇼핑의 프로그램 '정쇼'에서 정윤정 쇼호스트가 "방송 중에만 이 같은 가격 혜택이 가능하다"며 소개하자 시작한 지 10여 분만에 32사이즈 두 색상이 매진됐다.
홈쇼핑이 보다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시한 패션 제품의 판매 창구로 변모하고 있다.각 홈쇼핑은 저렴한 패션 제품 판매처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유명 스타일리스트를 기용해 쇼호스트와 함께 상품 판매를 맡겼다. 이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백화점 브랜드를 잇따라 영입하며 고급화에 나섰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들도 불경기 속에서 매출 성장세가 살아있는 홈쇼핑 업계로 발을 디디고 있는 모습이다.
쇼호스트들은 저렴함만을 강조하던 예전과 달리 옷의 소재와 디자인을 강조하며 '백화점 상품에 못지 않다'는 점을 되풀이해 말한다. 홈쇼핑 패션이 저렴한 가격에 여러벌을 묶어 파는 것이란 인식을 깨기 위한 것이다. 따라오는 사은품도 상품이 바지인 경우 벨트 등으로 기획해 '토털 코디네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 비중을 둔다.
고객들은 고가 패션 제품도 홈쇼핑에서 왕성하게 구매하고 있다. 홈쇼핑은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판매 창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겨울이 되면 모피류도 인기상품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768만원짜리 블랙그라마 하프코트를 팔기도 했다.이에 홈쇼핑의 패션 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연간 패션 부문 평균 판매 단가는 2011년 9만1000원에서 2012년 10만3000원, 지난해 15만3000원으로 뛰었다.
홈쇼핑 전체에서 패션 부문이 차지하는 덩치도 점차 커지고 있다. GS홈쇼핑의 취급고(보험 제외)에서 패션 비중은 2011년 30%를 기록했고, 지난해 42%까지 상승했다.
각 홈쇼핑은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 패션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놨다.GS홈쇼핑은 2012년 손정완 디자이너와의 협업 브랜드 '에스제이 와니'를 시작으로 '앤디앤뎁'의 김석원·윤원정, 김서룡, 이승희, 이석태, 젬마홍, 조성경 등 15인의 디자이너와 잇따라 협업 브랜드를 내놨다.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고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 지난해 1000억 원의 취급고를 달성했다.
CJ오쇼핑은 2009년부터 정윤기 스타일리스트가 참여하는 프로그램 '셀렙샵'을 선보이며 패션 부문 고급화에 나섰다. 자체 속옷브랜드 '피델리아'를 2001년 홈쇼핑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데 이어 20여 개의 자체브랜드(PB)를 개발했다. 기존 브랜드의 판매권을 확보하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제일모직과 '후부'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브랜드 운영을 맡아 재론칭하기로 했다. 또한 국내 디자이너 모임인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CFDK)와 협약을 맺고 올 가을 'CFDK'란 브랜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현대홈쇼핑은 패션 멘토로 잘 알려진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를 기용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에트로 등 일부 브랜드의 경우 국내 총판과 직접 계약을 맺고 판매, 명품 부문의 강점을 키웠다. 최근에는 '패스트패션' 방식을 홈쇼핑에 도입했다. 한·중·일 6인의 디자이너 상품을 프로그램별로 3000~5000장만 한정 생산, 방송에서만 구입하도록 한 시도다.
롯데홈쇼핑은 '브랜드 차별화와 서비스 고급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롯데홈쇼핑 독점 해외 라이선스 브랜드 사업을 키우고 고급 백화점 브랜드들의 단독 입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홈쇼핑 진출로 이미지 저하를 우려하던 패션 기업들도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다만 기존 브랜드의 서브라인을 론칭하거나 홈쇼핑용 제품 혹은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기존 채널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LF(옛 LG패션)는 롯데홈쇼핑과 제휴를 맺고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에 이어 여성복 브랜드 '질 바이 질스튜어트'를 론칭시켰다. 여성복 기업 린컴퍼니는 중가 브랜드 'KL'을 GS홈쇼핑에서 판매한다. 금강제화는 아웃도어 브랜드 '헬리한센'을 CJ오쇼핑에 선보이기로 했다. 패션그룹형지는 홈쇼핑 전용 여성복 브랜드 '끌레몽뜨'를 내놨다.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홈쇼핑 패션이 '저렴한 묶음 상품'이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면서도 "큰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 등으로 시도하기 쉽지 않은 채널"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