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리먼 쇼크' 때로 되돌아간 기준금리

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기준금리 인하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 2%까지 내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5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로 25bp(1bp=0.01%포인트)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2월~2010년 6월 기록했던 역사적 저점(연 2%)으로 4년4개월 만에 돌아간 것이다.-10월16일 한국경제신문

☞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동안 금리 인하에 다소 부정적인 발언을 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기준금리가 뭐고, 기준금리 조정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기준금리란?기준금리는 우리들이 흔히 얘기하는 금리와는 다르다. 금리는 돈의 값으로 자금 융통에 대한 대가이다. 시중의 금리는 기본적으로 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기준금리는 중앙은행인 한은이 은행 등 금융회사와 거래를 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다. 통화정책의 기준으로 삼는 금리인 것이다. 기준금리가 연 2.0%라는 건 금융회사와 거래하는 RP(환매조건부채권) 7일물(만기 7일짜리 RP) 금리를 연 2.0%가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기준금리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결정한다. 금통위는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정책결정기구로서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기준금리 조정은 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제를 안정시키는 방법에는 크게 정부의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통화신용정책)이 있다. 둘 다 총수요를 조절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거나 과열된 경제를 억제하는 것이다. 재정정책은 정부가 지출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가 공공투자 확대 등 지출을 늘리고, 반대로 경기가 과열이어서 물가가 치솟을 때는 지출을 줄인다. 통화정책은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경기가 나쁠 때는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풀며, 경기가 과열일 때는 금리를 올리고 통화량을 줄인다.

이런 총수요 조절 정책은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다. 장기적으로 경제를 살리려면 나라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임금 땅값 등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구조개혁 정책이라고 한다.기준금리 인하의 효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다섯 가지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금리 경로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금융시장의 금리가 떨어지고 장기 금리도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돈의 값이 떨어지면 가계 소비와 기업의 투자를 자극하게 된다. 돈을 빌리는 대가가 줄어들면 일반적으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 경기가 부양되는 것이다.둘째는 자산가격 경로이다. 기준금ㄴ리 인하는 시중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고 금리가 떨어지면 보통 주식과 부동산 값이 뛴다. 예금이나 채권의 이자가 줄어들면 시중의 돈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몰리고 주식과 부동산 값이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이 새로 자동차를 산다는지 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주식이나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의 가치가 증가할 경우 소비를 늘리는 것을 ‘부의 효과(wealth effect, 또는 자산효과)’라고 한다.

셋째는 환율 경로이다. 기준금리 조정은 외국돈과 비교한 우리 돈의 가치(환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외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가령 달러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면 달러 가치가 오르고(원화 가치는 하락), 달러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달러 가치가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다. 나라 간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개방 경제에 있어선 금리가 떨어지면 국내에 투자됐던 달러 자금이 금리가 높은 곳을 찾아 빠져나간다. 이렇게 달러 공급이 줄어들면 달러화 가치는 올라간다. 즉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의미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 역시 경기가 살아나게 된다.

이 밖에 기준금리 조정은 신용 경로(대출 시장)와 기대 경로(경제 주체들의 경기 전망과 기대 인플레이션)를 통해서도 실물에 영향을 준다.

사상 최저로 낮춘 이유

한은은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2.25%로 낮췄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두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나 낮춘 것은 우리 경제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8%에서 3.5%로 대폭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석 달 전에 예상했던 것에 비해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다 하방 위험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경기는 크게 생산과 소비, 투자, 순수출(수출-수입)에 의해 좌우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8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9.8% 급감했다.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0.6% 줄어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가운데 광공업생산은 3.8%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10.5%)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괜찮았던 수출도 녹록지가 않다. 특히 유럽 경기가 부진하면서 향후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의 돈풀기 정책(양적완화 정책)으로 엔화와 비교한 우리돈의 가치가 급등한 것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물가는 22개월간 1%대 상승에 그치는 등 저물가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물가를 특징으로 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처럼 장기 디플레의 초입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한은은 2008년 9월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연 5.25%(2008년 8월)였던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2.0%(2009년 2월)까지 내렸다. 당시 금리 인하는 외부 충격으로 급격히 악화된 경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의 내부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까지 총 41조원을 쏟아부을 작정이다. 빚을 내서라도 경기를 살려놔야지 그렇지 못하고 실기(失機)하면 우리 경제가 자칫 구렁텅이로 침몰할 위기의식에서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도 정부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경기가 살아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아주 좋지 않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2009년엔 위기 여파가 가시면 다시 성장률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가 잠시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이 오래갈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경제주체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면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수 없다. 출산율의 저하, 인구 고령화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수많은 기업 경영 규제와 반(反)기업 정서, 투쟁적인 일부 대기업·공기업 노조와 낮은 생산성, 기업들의 탈(脫) 한국, 정치 리더십의 부재 등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려면 기준금리 인하나 정부 지출 확대 같은 임시방편적 정책만으론 안 된다. 최선의 부양책은 기업들이 활력을 되찾고,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업에 온갖 규제의 굴레를 씌우고,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고, 이윤과 부를 죄악시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돈을 풀어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유로운 시장과 기업가 정신, 경제를 살리는 건 이 두 가지 길뿐이다.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