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편식·다이어트 하는 당신 비타민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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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의 생생헬스 - 올바른 비타민 복용법화장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김종환 씨(52)는 2년 전부터 매일 아침·점심 후에 비타민C 1000㎎짜리 한 알을 복용하고 있다. 주변에서 나이가 들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비타민을 적극 권장해서다.
비타민C 면역 강화에 좋아…사람은 비타민C 체내 합성 못해
음식으로 섭취 부족땐 복용해야…체내 흡수율 높은 제품 선택을
얼마나 먹어야 하나…비타민A 허용량 초과하면
피부 건조·간독성 등 부작용…비타민C 과다땐 속쓰림·설사
얼마 전에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한 친구가 “자네는 술을 많이 마시니까 비타민B군(群)이 풍부한 복합비타민제와 간에 좋은 피로회복제, 혈액순환촉진제도 함께 먹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이것들도 복용하고 있다. 오메가3지방산,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홍삼(경구용) 등도 비슷한 이유로 최근에 추가됐다. 영양제를 챙겨 먹느라 요즘엔 아예 작은 플라스틱 약통을 가지고 다닌다. 김씨는 “필요하다고 해서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어느새 한번에 7~8알씩 먹게 됐다”고 말했다.비타민제, 꼭 먹어야 하나
의사 중에는 ‘비타민C 예찬론자’가 있는가 하면 효과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그룹도 적지 않다. 일부 의사는 비타민이 필요한 만큼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체내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하지만 최근 들어 비타민C 요법을 암치료에 활용하는 병원이 생겨나는 등 전반적으로 면역력 강화에 ‘비타민보다 좋은 영양제는 없다’는 것이 대세다. 윤방부 대전선병원 국제의료센터 원장은 “수용성(물에 녹는 성질)인 비타민C는 식물과 대부분의 동물이 합성할 수 있지만 사람은 체내 합성이 불가능하다”며 “오렌지·감귤·레몬·키위·브로콜리·시금치 등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이 부족하다면 외부로부터 공급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식·다이어트에 비타민 필수
김혜정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규칙하게 식사하거나 편식·다이어트하는 사람, 또 채소를 거의 먹지 않고 고기만 많이 먹거나 밀가루 음식만 먹는 등 ‘균형식(均衡食)’을 하지 않는 사람은 영양소가 결핍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1일1식이나 1일2식 등 소식하는 사람도 일부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는 만큼 이런 사람들은 영양제 형태로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평소 규칙적으로 균형 잡힌 세 끼 식사를 하는 사람은 굳이 비타민제 몇 개를 포함한 종합영양제가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식사를 잘 거르거나 인스턴트식품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많은 사람은 종합영양제와 개별 영양소 결핍에 따른 ‘특수 목적’ 영양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러 가지 복용해도 되나
비타민류를 제외한 다른 영양제(건강기능식품 포함)는 동시에 복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 예컨대 오메가3지방산, 클로렐라, 글루코사민, 달맞이꽃유,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의 건강기능식품은 성분이 다르고, 몸에 흡수돼 각자 다른 부위에서 전혀 다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비타민이나 무기질 등의 영양성분은 서로 상호작용해 역효과를 내기도 하고 반대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김 교수는 “칼슘제제와 철분제제는 같이 먹었을 때 역효과를 내는 대표적인 영양성분”이라며 “칼슘이나 철분 성분이 모자라 모두 복용해야 한다면 한 달씩 번갈아 가며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단백질 보충용으로 사용되는 클로렐라, 아미노산제제 등과 칼슘제제도 같이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단백질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필요한 비타민 양
비타민B·C 등 단일 제제의 일반 비타민과 달리 여러 종류의 비타민이 포함돼 있는 종합비타민은 원래 치아 문제 등으로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환자군을 위해 개발됐다. 최근에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종합비타민을 다른 비타민제제와 함께 복용할 경우 과다복용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각종 영양제마다 비타민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비타민 복용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특히 비타민A는 다른 영양소에 비해 일일 최대 허용량이 적은데, 이를 초과하면 피부 건조나 졸도, 간 독성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면서 1000~2000㎎의 고용량 비타민C를 함께 복용하는 사람이 많은데, 식약처 고시 기준 하루 최대 허용치인 2000㎎을 넘기면 설사나 속쓰림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비타민C 복용 뒤 설사가 잦다면 비타민C 복용량을 더 이상 높이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민영일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은 “산도가 강한 비타민C는 위장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자극을 줄 수 있어 식사 중 또는 식사 후에 먹는 것이 좋다”며 “최근 주목받고 있는 중성비타민(에스터-C)은 체내 흡수율이 높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양이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혜정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