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 자동가입방지 문자의 비밀…컴퓨터가 못 읽는 글자 대신 입력하는 것

이승우 기자의 디지털 라테

백지장도 맞드는 '크라우드 소싱'
'세티 앳 홈' 프로그램 받으면 컴퓨터 켜진 동안 외계인 찾기 참여
위키피디아, 누구든 정보 입력…인터넷 사용자 잠재력 활용 극대화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 영화 ‘콘택트’에는 전파 망원경을 통해 우주에서 오는 각종 신호를 취합해 외계인이 보낸 신호를 찾아내는 프로젝트가 나온다. 극은 주인공이 은하계를 오갈 수 있는 운송수단의 설계도가 담긴 베가성의 메시지를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에선 벌어지지 않은 허구지만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는 실제로 진행 중이다. ‘외계의 지적생명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SETI)’ 프로젝트로 불리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의 전신인 ‘오즈마 계획’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 50년 가까이 외계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대한 양의 신호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찾기 위해선 슈퍼 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외계인 발견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면서 프로젝트 예산이 깎여 나갔다. 1978년부터 SETI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우주과학연구소는 1999년 ‘세티 앳 홈(SETI@hom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인터넷에 연결된 전 세계 PC를 이용해 전파를 분석하는 것이다. 참여하기 원하는 사람은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PC가 켜져 있고 화면보호기가 뜰 때처럼 사용되지 않을 때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외계에서 온 전파의 일부를 분석해 연구소로 보낸다. 스마트폰에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참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1000만명 이상이 외계인을 찾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네트워크 발달로 만들어진 ‘크라우드소싱’

‘세티 앳 홈’ 프로젝트는 일종의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다. 2006년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가 대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을 합성해 만들었다. 이 단어의 의미는 ‘온라인에서 대중의 잠재 능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이를 성공적으로 사용한 기업은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다.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사이트에 온라인 고객 서평란을 처음으로 만들어 큰 호응을 얻었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책에 가치를 부여하게 한 것이다. 또 다른 예는 ‘위키피디아’다. 위키피디아는 누구든지 접속해 직접 정보를 올릴 수 있고 기존 등록 정보를 수정·보완할 수 있는 열린 형태의 백과사전이다. 1만개 이상 항목이 등재된 언어만 해도 128개에 이른다. 페이지 수 기준으로 영어가 462만개로 가장 많고, 한국어는 29만개로 24위다.

‘크라우드펀딩’도 등장했다. 자금이 필요한 개인과 단체,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십시일반으로 자금조달을 받는 것이다. 미국의 ‘킥스타터’가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국내에서도 ‘텀블벅’ 등이 운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미국 신생 벤처기업 페블테크놀로지는 킥스타터를 통해 ‘페블 스마트워치’ 생산자금을 모았다. 모금 시작 2시간 만에 목표액인 10만달러를 채웠고, 최종적으로 1000만달러 이상 조달했다.

부담은 최소화, 인원은 최대화크라우드소싱이 위력적인 것은 참여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해 참여 인원을 최대화하는 전략 덕분이다. ‘세티 앳 홈’ 프로젝트에서 참여자가 외계인 찾기에 동참하려면 컴퓨터를 쓰지 않을 때 잠깐 켜두기만 하면 된다. 이런 참여자 1000만명이 모이면 슈퍼 컴퓨터 이상의 성능이 발휘된다. 위키피디아는 본인의 지식을 공유하려는 약간의 선의가 전 세계적으로 모여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능가하는 자료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나도 모르게’ 거대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크라우드소싱도 생겨났다. 웹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 구불구불한 문자를 입력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 사람이 입력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이 솔루션을 만든 ‘리캡차’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2억번씩 이런 문자를 입력한다는 데 착안해 오래된 뉴욕타임스 신문을 디지털화하는 데 이를 사용했다. 컴퓨터가 읽지 못해 사람이 해독해야 하는 문자를 사람들에게 읽도록 한 것이다.

구글은 2009년 이 회사를 인수해 인류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는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 문자를 읽고 입력하는 1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나도 모르는 새’ 오래된 책의 해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