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10개월 닭고기 시장 점검…가공업체들 "가격 폭락해 내다버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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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4
수요 줄었는데도 공급 여전
산지가격 1년새 27% 떨어져
가격 올리려 닭고기 매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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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업체들은 최근 닭고기수급조절협의회의 닭고기 공급 감축 결정에 따라 양계농가로부터 닭고기를 구매해 냉동 창고에 비축하기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농림축산식품부, 대한양계협회, 한국육계협회와 축산회사 대표, 소비자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닭고기수급조절협의회는 이달 300만~350만마리의 닭고기를 자율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10월 닭고기 공급 예상량의 6% 수준이다. 협의회 측은 “닭고기 산지가격이 생산비 이상으로 오를 때까지 기업들이 닭고기를 수매하기로 결정했다”며 “농식품부는 경영자금을 융자해주는 방식으로 측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닭고기 1㎏당 평균 산지가격은 1238원을 기록했다. 양계협회가 추산하는 1㎏당 생산비 1600원에 한참 모자라는 가격이다. 닭고기 산지가격은 1년 전에 비해 27% 이상 떨어졌다. 소매가격 역시 1년 전 ㎏당 6393원에서 5259원으로 17% 이상 하락했다.
닭고기 가격이 폭락한 것은 올초 AI가 발생한 이후 줄어든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서다. AI는 지난 1월 전북 고창군과 부안군에 있는 닭·오리 농가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닭 1200만마리를 폐사시키는 등 방역 당국이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양계농가들은 지난 6월 월드컵 시즌에 ‘치맥(치킨+맥주) 특수’ 등으로 닭고기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병아리를 늘렸지만 월드컵 열기가 금세 사라진 탓에 소비가 늘지 않아 공급 과잉 상태에 내몰렸다.냉동 수입 닭고기의 공세도 국산 닭고기 값을 끌어내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닭고기 수입량은 9만5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6890t)보다 23.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연말이 돼도 닭고기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에는 ㎏당 가격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닭고기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은 단기 대책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은 “냉동된 닭고기는 30~50일 후 재판매하는 게 보통”이라며 “연말까지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이번에 사들인 닭고기는 버려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달까지 냉동 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닭고기는 총 1099만마리 규모다. 지난해(483만마리)보다 2.2배 많은 수치다.
닭고기 가격 하락과 함께 계란값도 떨어지고 있다. 올해 10~11월 계란 10개의 산지가격은 지난해보다 20%가량 하락한 1150~1350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