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 연장접전 끝에 우승…LPGA 삼킨 '괴력의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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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린시컴 꺾고 하나·외환챔피언십 정상 올라‘슈퍼 루키’ 백규정(19·CJ오쇼핑)이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미국 LPGA투어인 하나·외환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후반 5개홀 연속 버디로 大반격 '못 말리는 뒷심'
메트라이프·한경 우승 여세 몰아 美 대회도 제패
백규정은 19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전인지(20·하이트진로), 브리트니 린시컴(미국)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이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3승에 이어 시즌 네 번째 우승이다. KLPGA투어에서 시즌 상금 랭킹 5위(4억9092만원)인 백규정은 시즌 상금의 절반이 넘는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를 우승상금으로 받았다.국내에서 열린 미 LPGA투어 주관 대회에서 KLPGA투어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6년 홍진주 이후 8년 만이다. 지난달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19·롯데)에 이어 역대 처음으로 한 시즌에 KLPGA투어 선수 2명이 미 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쾌거도 이뤘다. 김효주와 백규정의 LPGA투어 동반 우승으로 1995년생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장타자’ 린시컴은 핀 위치가 어려워 ‘2온’을 노리지 못했으나 세 번째 샷을 강력한 스핀으로 홀 1.5m 옆에 떨궜다. 백규정도 뒤질세라 백스핀을 먹여 린시컴보다 더 가깝게 홀에 붙였다. 린시컴은 버디 퍼트에 실패했고 백규정은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인지는 세 번째 샷이 짧아 그린 앞에서 오른쪽 해저드 쪽으로 바운스되는 불운을 겪었다. 드롭하고 다섯 번째 샷을 올린 뒤 보기를 기록하면서 먼저 탈락했다. 첫날 76타를 치며 부진하게 출발한 전인지는 2~4라운드에서 14타를 줄이며 선전했으나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백규정은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선두권에서 밀려났다. 그러나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웨지샷을 홀 바로 옆에 세워 ‘탭 인 버디’를 낚으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15번홀까지 5개홀 연속 버디를 낚은 백규정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백규정은 지난달 KLPGA투어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서 7타의 열세를 뒤집고 대역전극을 펼쳤다. 당시에도 후반 11번홀(파5)에서 이글을 낚으며 대반격에 성공했다.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는 백규정은 이날 허리에 복대를 차고 출전했다. 백규정은 “올 시즌 초부터 허리에 통증이 와 치료를 하고 있고 오늘도 복대를 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경기 중에는 통증이 없었는데 경기가 끝나니 통증이 약간 있다”고 말했다.신혼여행을 미루고 출전한 박인비는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따라붙었으나 합계 9언더파 4위에 만족해야 했다.
티샷 난조로 애를 먹은 김효주는 이날 6언더파 66타를 쳐 합계 7언더파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미셸 위(미국)와 카트리오나 매슈(스코틀랜드)가 합계 8언더파 공동 5위를 했다.
이번 대회에 나선 KLPGA투어 상위 12명은 모두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내며 역시 세계 최강 투어라는 명성을 재확인시켰다. KLPGA투어 선수 중 가장 나쁜 성적은 합계 2오버파 공동 42위(고진영 김세영 장수연)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