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경제 대도약 - 5만달러 시대 열자] '365일 콜센터' 남다른 승부수…500여社 난립 소셜커머스 '빅3'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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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가 정신인가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문을 연 스타벅스는 원래 커피 원두만 파는 업체였다. 그랬던 스타벅스를 62개국, 1만9000여개 매장을 갖춘 세계 최대 커피전문점으로 키운 건 하워드 슐츠의 ‘아이디어’였다. 스타벅스 마케팅 담당 이사였던 슐츠는 1982년 이탈리아에 갔다가 ‘원두만 파는 가게’가 아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스타벅스 신화’의 출발이다.
野性·승부 근성을 되살리자 (7) '굿 아이디어'가 차이를 만든다
(7) 김범석 쿠팡 대표
美 그루폰 같은 회사 만들겠다…하버드 MBA 중퇴하고 창업
3년만에 거래액 60억→1조2000억…모바일 비중 70%대 달해
실리콘밸리 벤처 '캄시' 인수…빅데이터 결합한 새 사업 도전
‘박카스’는 국내 피로해소 음료 시장 부동의 1위다. 1961년 처음 나온 이후 50년 넘게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했다. 박카스의 아성을 위협한 건 2001년 출시된 ‘비타500’이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장 변화에 맞춰 ‘비타민 음료’라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건 게 비타500의 성공 비결이다.
무한경쟁의 시대,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아이디어’다. 시대 변화를 내다보는 창의적 생각 하나가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그저 그런 기업으로 쇠락하느냐, 지속 성장하느냐를 결정짓는다.

하지만 청년이 창업한 회사는 4년 뒤 쟁쟁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국내 소셜커머스 ‘빅3’에 올랐다. 청년의 이름은 김범석(36), 쿠팡 창업자다. 쿠팡은 극도의 난립 양상을 보이던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거래액 1조2000억원(작년 기준)으로 업계 1, 2위를 다툰다. 김 대표는 “모두가 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차별화하지 못할 건 없다”며 “남들과 다른 생각이 쿠팡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번듯한 직장보다 창업이 좋았던 하버드대생

난립하던 소셜커머스, 해법은 ‘차별화’
야심차게 쿠팡을 창업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2010년 티몬, 위메프 등 경쟁사들이 생겨났고 해가 바뀐 뒤에도 한 달에 10~20개씩 비슷한 회사가 생겨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승부수를 던졌다.
2011년 초 쿠팡은 업계 최초로 ‘연중무휴 콜센터’를 열었다. 신생 업체임에도 콜센터에 상담원 100명이 근무했다. 당시 쿠팡의 전체 직원 수와 맞먹는 상담원을 한꺼번에 투입한 것. 지인들은 “인터넷 기업이 웬 콜센터냐” “돈 낭비”라며 말렸다. 그는 “온라인 쇼핑에 대한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이 반품 문의 등 AS가 좋지 않다는 것”이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AS가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승부수도 던졌다. 경쟁사보다 빨리 ‘모바일 기반 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그가 던진 승부수는 통했다. 쿠팡의 쇼핑거래 규모는 2010년 60억원에서 2011년 3000억원, 2012년 8000억원,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거래 중 모바일 비중이 70%대로 옥션, G마켓, 11번가 등 기존 유명 온라인몰(20~30%대)을 압도하고 있다. 쿠팡의 저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사 세쿼이아캐피털이 1억달러(약 1050억원)를 투자한 것. 세쿼이아캐피털은 애플,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던 곳으로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는 쿠팡이 처음이다.
“한국 e커머스의 판을 바꾸고 싶다”
김 대표의 ‘승부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는 지난 5월 소셜커머스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신규 사업 준비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캄시’를 인수했다. 여전히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e커머스 시장. 쿠팡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말도 있지만 PC로 치자면 아직 286 수준”이라며 “경쟁업체들과 차별화 포인트만 찾는다면 우리가 차지할 시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는 “10년 갈 회사를 만들려고 사업을 시작하지는 않았다”며 “앞으로도 e커머스의 판을 바꾸는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1978년 서울 출생 △2000년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부 졸업 △1998~2001년 대학생 잡지 ‘커런트’ 창간·운영 △2004~2008년 명문대 동문 대상 잡지 ‘빈티지 미디어’ 창간·운영 △2009년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MBA) 중퇴 △2010년 쿠팡 설립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