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음유시인…"연주·지휘에 五感 입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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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머레이 페라이어 내달 10~11일 내한 공연
손가락 부상 이젠 말끔히 치유
베토벤·하이든·바흐 교향곡 선사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인 머레이 페라이어(67)는 지난 20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건반 위의 음유시인’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연주할 때 특별히 서정성이나 감성 부분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쓴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라이어는 내달 10~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 청중과 만난다. 영국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와 함께다. 2000년 이 오케스트라의 상임 객원 지휘자로 발탁된 페라이어가 지휘와 연주를 겸한다. 국내에서 페라이어가 협연자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는 최전성기였던 1990년 악보에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베여 생긴 상처가 손가락뼈 변형으로 이어져 한때 피아노를 칠 수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재기에 성공하며 무대로 돌아왔고 2004년 손가락 부상 재발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을 때도 대수술 끝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손가락이 아픈 이유를 찾지 못해 치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은 연주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요. ASMF의 지휘 제안을 받은 것도 그쯤이었어요. 연주를 하지 않고 음악에 몸담을 기회여서 좋았죠. 단, 피아노 연주도 하고 지휘도 같이할 수 있어야만 제의를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바흐 건반 협주곡 7번, 하이든 교향곡 77번, 스트라빈스키 ‘덤바턴 오크스’ 등 다양한 곡을 선보인다.“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 동기를 부여하고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실제 연주는 오케스트라의 몫이에요. 그런 면에서 제게 지휘는 피아노 연주보다 조금 더 간접적인 역할이죠. 가장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피아니스트로서의 모습이라고 말하려 했는데 아직도 무대에서 긴장하는 걸 보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1972년 제4회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그도 예순을 훌쩍 넘은 나이가 됐다. “세월이 제게서 무얼 빼앗아 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에게 음악에 대한 이해력을 가져다준 것 같아요. 음악의 기본인 화성과 대위법을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었고 작품의 구성과 각각의 음정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됐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작곡가의 감정을 음악이란 언어가 어떻게 전달하는지 이해가 생겼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예전보다 더 많은 걸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5만~20만원. 1577-5266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