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법정관리' 일파만파] 금융권 발칵 뒤집은 '모뉴엘 쇼크'…"70조 수출금융 구멍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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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
허술한 대출심사 도마에…후폭풍 예고
6700억 물린 은행…1조 매출채권도 사줘
3300억 보증 물어줘야할 무역보험公 '당혹'
![< 을씨년스런 모뉴엘 제주 본사 > 가전업체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22일 모뉴엘의 제주 본사에는 직원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모뉴엘은 지난 6월 본사를 서울 가산동에서 제주 영평동으로 옮겼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207740.1.jpg)
▶본지 10월 22일자 A1,13면 참조○은행 허둥지둥… 貿保는 당혹
![](https://img.hankyung.com/photo/201410/AA.9206763.1.jpg)
특히 무보는 은행들이 모뉴엘에 해준 외환대출 중 3300억~3400억원에 보증을 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공공기관의 이 같은 대규모 보증 손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보는 은행들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보증 당사자로서 우선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출금융 구멍” 우려 커져
모뉴엘은 그동안 제품을 수출하면서 무보로부터 ‘선적후신용보증’을 받았다. 은행들로부터 받은 ‘수출실적증명서’와 ‘현금입출금내역서’를 받은 뒤 모뉴엘이 수출 물품을 외국으로 실어 나르고 물건이 도착해 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보증을 선 것이다.모뉴엘은 이 보증을 근거로 은행에서 보증부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할인해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모뉴엘은 선적서류 등을 조작한 혐의가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19일부터 관세법 위반 혐의로 모뉴엘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보는 은행 서류만 보고 보증서를 내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 역시 무보의 보증만 믿고 모뉴엘이 제출한 신용장(LOC)과 탁송화물증권(BL) 등의 서류에 기반해 어이없이 돈을 빌려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뉴엘 본사는 국내에 있지만 공장이 홍콩에 있어 실질적인 수출 거래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며 “국내에 있더라도 수출 때마다 항만에서 직접 컨테이너를 열어 일일이 실물 거래를 확인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모뉴엘의 부실 가능성은 2년 전부터 감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까지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을 맡았던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회사의 회계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채권을 줄인 적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약 7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수출금융 전반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금융은 통상 기업들이 제품을 수출할 때 외국 수입업자와 계약을 맺은 다음 수입업체의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장(LC)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저리의 이자로 대출해주거나 보증을 서 주는 것을 말한다.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기업이 매출채권 서류나 신용장, 실적증명서 등을 위조해 제출하면 곧바로 이를 솎아내긴 쉽지 않아 리스크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창민/임원기/하수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