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종규 회장이 이끌 KB금융, 기본으로 돌아가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호의적이다. 한마디로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것이다. 그는 종합면접에서 KB의 과제와 비전에 관해 압도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여 회장후보추천위원인 사외이사들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KB 내에서도 윤 내정자는 내로라하는 재무·전략통으로 능력·경력·인품이 검증된 인물로 통한다. 상고를 나와 야간대학, 석·박사, 행시 차석, 공인회계사까지 이뤄낸 입지전적 스토리도 있다. 낙하산 갈등 속에 만신창이가 된 KB를 재건할 적임자라는 평을 듣는 이유다.

시장 반응도 그에 대한 기대로 차 있다. KB금융 주가는 어제 1.56% 올랐고, 몇몇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대폭 올리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회장이 바뀔 때마다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던 노동조합조차 “10년 관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환영하는 정도다. 윤 내정자는 내달 21일 임시주총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지만 KB금융의 새 출발을 기대해도 될 듯싶다.앞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해묵은 과제와 장애물이 켜켜이 쌓여 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2만5000여 임직원들을 추스르고 골 깊은 조직 갈등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일 것이다. 무너진 영업력 복원, 잇단 금융사고로 실추된 고객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윤 내정자에겐 리딩뱅크를 복원해야 한다는 무한책임이 부여돼 있는 것이다. 과연 내부 출신이 외부 낙하산보다 나은지도 스스로 입증해내야 한다.

특히 윤 내정자는 최근 사태의 근원인 지배구조 문제를 풀어야 한다. 관치의 입김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회장과 행장이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만큼 겸직하는 방안도 당연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후계 승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물론 줄서기가 아닌 공정한 인사는 필수다. 또다시 1채널(국민), 2채널(주택) 간 이전투구를 벌인다면 국민들이 먼저 외면할 것이다. 전 임직원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소해 보이는 현장 디테일부터 챙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윤 내정자의 건투를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