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1편.

1993년 5월 18일 늦은 오후, 나는 맨해튼 전자센터 한가운데 타임스퀘어 고층 건물의 내 사무실에 있었다. 막 중대한 사업 하나를 마무리하고 동료들과 모여서 자축하는 자리였다.



당시 나는 어린이 전문 케이블채널 니켈로디언(Nickelodeon)에서 소비재와 출판부를 이끄는 서른일곱 살의 상무였다. 방금 전 우리는 소니Sony와 전례 없이 큰 계약을 체결한 참이었다. 니켈로디언 프로그램 중에서 대성공을 거둔 와 같은 것들을 홈비디오로 제작해서 소니에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나와 우리 부서 직원들은 짜릿한 흥분과 기쁨에 젖어 있었다. 흔히 경쟁에서 이기거나 시험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상대의 허를 찌를 때 엔도르핀이 샘솟듯이 말이다. 계약을 체결하기까지는 다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날마다 까다로운 회의를 진행하고 밤늦도록 야근하면서 신경이 날카로웠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승리의 순간에 영광을 함께 나누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으로 들떴다. 같은 팀 선수들이 모여서 우승한 시즌의 경기 화면을 돌려 보고 또 돌려 보듯이, 우리도 돌아가면서 각자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대단한 거래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짜맞춰가면서 지난 18개월간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을 다시 느껴보았다.



“우리가 비즈니스 모델을 몇 가지나 운영할 것 같아요? 100가지쯤?”

“100만 가지요.”

“위에서 우리 팀 P&L(손익) 가지고 닦달했던 일 생각나요. 꼭 심문당하는 기분이었다니까요!”

“미안한데 1,800만 달러로는 어림도 없다고 했을 때 디즈니 쪽 사람들 표정은 또 어떻고요! 와, 기분 죽이던데!”





우리와 함께 일했던 어느 유명 변호사가 회의실에서 구두를 벗고 뒤뚱거리며 걷던 모습을 부하 직원 하나가 흉내 내자, 다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웃어댔다. 직원들이 하나같이 훌륭한 만담꾼이라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다. 함께 거래를 시작하고 성사시킨 경험으로 동료들 사이에 유대감이 끈끈해졌기 때문이다.





다들 붕 뜬 상태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던 협상으로 진이 빠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드디어 협상을 끝냈다는 생각에 흥분하기도 했다. 미국이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고작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니켈로디언도 ‘아주’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우리가 곧 시대정신이었다. 우리가 승자였다. 중요한 거래를 성사시키거나 전도유망한 조직을 일으켜본 사람이라면 당시 우리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짐작할 것이다. 아주 특별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내 비서가 소리쳤다.





“맙소사. 섬너 씨예요! 1번 라인이요.”





섬너 레드스톤(Sumner Redstone)의 그 섬너로, 니켈로디언의 모회사인 비아콤(Viacom, Inc.)의 회장이자 대주주였다. 이 회사에서 3년 동안 일하면서 섬너가 나한테 직접 말을 걸어준 적은 거의 없었고, 전화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참 자상한 분이야.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격려해주시려고 직접 전화하시다니. 정말 좋은 회장님이야.’





더없이 영광스런 순간이었다. 나는 급히 수화기를 들면서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축하받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칠순이 코앞인 섬너는 다짜고짜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뭐지?’





느닷없이 불호령이 떨어지고 불시에 한 방 얻어맞은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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