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부터 맛있다…白瓷에 담긴 제철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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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Taste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 1층의 ‘비스트로서울’은 정통 한식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곳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높은 천장과 천장에 닿을 듯이 설치된 격자무늬 찬장이 눈에 들어온다. 찬장 안에 전시된 백자 밥그릇과 소반(작은 밥상) 등에서 전통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청화백자수복문합 백자원통형합 백자각형합 등 박물관 등에서 인증받은 백자 30여점을 번갈아 가며 전시하고 있다.
한식 레스토랑 비스트로서울
초롱 본뜬 조명…박물관 인증 백자
전통 장식 돋보여
초롱을 본뜬 조명도 눈에 띈다. 한지 느낌의 천으로 둘러싸인 등에서 나오는 조명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체 인테리어는 검은색을 중심으로 꾸몄다. 바닥과 테이블은 물론 직원 유니폼까지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한쪽에는 위스키와 와인, 전통주 등이 한데 모여 있는 바가 있다.
대부분 식기는 유명 도예가인 이기조 중앙대 도예과 교수의 작품을 쓴다. 이 교수는 조선백자를 현대적으로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밥그릇과 수저는 놋으로 된 것이다. 놋제품은 관리가 어렵지만 한식의 질감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안쪽 룸에 자리를 잡았다. 비스트로서울에는 14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룸이 하나 있다. 비즈니스 미팅 등으로 점심과 저녁 시간에는 대부분 예약이 차있다.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비스트로서울의 메뉴 개발을 총괄하는 장순호 셰프가 직접 음식을 내왔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자연산 은대구 조림’. 청정해역에서 잡은 은대구를 뿌리채소와 함께 졸인 것이다. 매콤해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단맛이 났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외국인을 위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대신 간장을 사용해 소스를 만들었다고 장 셰프는 설명했다.이어 나온 찜닭은 파채와 튀긴 마늘을 곁들여 다양한 맛을 냈다. 한국인이 닭다리를 가장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닭가슴살이나 날개살 등은 사용하지 않고 다리살만 넣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메뉴는 숯냄새가 진하게 나는 언양불고기였다. 채끝을 24시간 숙성한 후 숯불에 구운 것이다. 장 셰프는 “일반 가스레인지 불로 요리하는 것과 향과 맛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디저트로는 ‘깨강정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깨강정과 호두강정을 넣고 캐러멜 소스를 뿌린 비스트로서울의 인기 메뉴다. 고소한 맛과 달콤한 맛이 잘 어우러졌다.
비스트로서울의 다양한 메뉴를 차례로 맛보고 싶다면 코스메뉴를 먹는 것이 좋다. 가격은 점심 3만8000~6만5000원, 저녁 5만5000~9만5000원이다. 특별히 좋아하는 메뉴가 따로 있는 사람은 단품 메뉴를 몇 가지 골라서 나눠 먹을 수도 있다. 요리 두 가지와 식사메뉴를 곁들이면 2인 기준 10만원 안팎이 든다.
비스트로서울의 주요 고객은 인근 정보기술(IT) 업체의 임원이다. 외국인 바이어가 왔을 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다. 인근 카지노에 온 일본인 관광객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 룸 한 곳을 포함해 92석 규모다.■ 장순호 셰프 “맛기행서 얻은 아이디어 ‘테스트 키친’서 탄생”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장소가 어디든 바로 찾아갑니다.”비스트로서울의 메뉴 개발을 총괄하는 장순호 셰프(40·사진)는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지방 출장을 간다. 지방 맛집을 방문해 메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 특산물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장 셰프는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음식을 먹어보고 있다”며 “메뉴 개발을 총괄한 지 1년 반 만에 몸무게가 10㎏이나 불었다”고 말했다.
그가 전국을 돌며 수집한 자료는 서울 도화동에 있는 ‘테스트 키친’에서 메뉴로 탄생한다. 장 셰프는 매장이 있는 삼성동보다 이곳으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가 요즘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12월부터 선보일 겨울 메뉴다. 겨울이 제철인 굴을 활용한 요리 등을 개발해 직원들을 상대로 테스트하고 있다.
장 셰프는 한식의 세계화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한식은 손맛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세계화를 위해서는 계량화된 레시피가 있어야 한다”며 “센 불과 약한 불의 개념을 정리하는 등 레시피를 정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퓨전 한식보다는 정통 한식이 인정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장 셰프는 “한국에 와서 한식을 먹으려는 외국인은 변형된 한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변용을 최소화한 정통 한식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시절 TV에 나오는 요리사가 멋있어 보여서 요리사의 길을 택했다”고 했다. 경민대 호텔조리과를 나와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에서 10년간 일했다.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조리기능장 자격을 취득한 후 한식조리기능사 감독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위치
서울 강남구 삼성동 159 오크우드호텔 1층 (02)3466-8022
○메뉴
런치코스 3만8000~6만5000원
디너코스 5만5000~9만5000원○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