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주가가 높은 것만큼 큰 악재는 없다

이종우 <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어떤 주식을 사야 할지 투자자들의 망설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재로 관심이 쏠린다.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14조원을 넘었다. 지주회사까지 합치면 24조원에 달한다. 국내 백화점 3사를 합친 시가총액이 15조원이다. 조선 3사도 17조원에 그치고 있다. 이미 소비재 주가도 많이 올랐다는 걸 알 수 있는 수치다.

중국이 소비재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의 여성 인구와 화장품에 대한 선호를 감안할 때 좋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 관광객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매출은 이런 생각을 입증해 주는 좋은 증거가 되고 있다.그러나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7년 전 중장비 회사에, 지금 소비재 기업에 하는 말과 비슷한 얘기를 했다. 중국 서부를 개발하려면 많은 장비가 필요한데, 그중 일부는 한국 기업의 차지라는 얘기였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주가가 상식에 어긋나고, 논리를 억지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이미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 것이다. 그런 경험은 많았다.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2년 전에 중소형주가 시장을 휩쓸었다. 많은 신기술이 거론됐지만 상품화된 건 손에 꼽을 정도도 못된다. IT(정보기술) 버블 당시 투자자들이 무모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시에도 주가를 설명하는 재료는 많았다.

주가가 상상 이상으로 오를 때 ‘판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한다. 기존 틀로 주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인데 실제 판이 바뀐 경우는 거의 없다. 주가가 높은 것만큼 악재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이종우 <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