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포럼 "IT란 말 생소하던 94년 결성…ICT정책 핫이슈 토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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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이 좋다“창립 회원으로 참여하긴 했지만 금방 없어질 줄 알았어요. 모임이 이렇게 20년이나 이어질지 몰랐습니다.”
20년 IT 공부모임 이어온 '정보통신포럼'
정갑영 현 연세대 총장이 주도
경제·경영 등 전문가 회원 50명
1년에 8회 모여 세미나·토론회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정보통신포럼’의 역사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연희동 연세대 총장 공관 옆 영빈관에서 열린 ‘정보통신포럼 20주년 기념행사’에서다. 정보통신포럼은 1994년, 당시 경제학과 교수였던 정갑영 연세대 총장이 주도해 정보통신 기술·정책을 연구하고 토론하기 위해 만들었다. 10명 내외로 시작했던 회원은 현재 50명가량으로 늘었다.SK커뮤니케이션즈와 SK브로드밴드 대표를 지낸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 주파수 경매 등 통신시장에서의 경쟁 정책을 연구한 왕규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우원식 엔씨소프트 부사장, 이중정 연세대 정보대학원장,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이형희 SK텔레콤 부사장,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등 학계, 업계, 시민단체 인사들이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정 총장은 “1994년은 정보기술(IT)이란 말 자체가 생소하던 때였다”며 “새로운 기술이 산업현장에 확산돼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지만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드물어 IT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정보통신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한 포럼은 지금도 1년에 여덟 번씩 모여 세미나와 토론을 진행한다. 매번 20명 내외의 회원들이 참가한다.
이슈는 IT 발전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1999~2000년에는 제3세대 이동통신 표준 ‘IMT 2000’ 도입과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2002~2003년에는 무선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게임 산업을 연구했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통신서비스 규제는 물론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안, 휴대폰 보조금 규제, 지능형 폐쇄회로TV(CCTV) 관련 이슈를 다뤘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처음 모임에 왔을 때 논의되는 수준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며 “경제학이나 경영학, 언론정보학 등 IT와 관련 없는 분야의 교수들도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연세대가 2000년 국내 최초로 IT를 공학·사회과학·인문학 융합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정보대학원을 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도 이 포럼이 자리하고 있다. IT가 전 산업·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한 정 총장은 당시 김병수 연세대 총장에게 정보대학원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고 두 번의 시도 만에 교육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정 총장은 “그때만 하더라도 IT를 융합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인식이 없어 첫 번째 설립 허가 신청에선 교육부에서 퇴짜를 놨다”며 “정보통신대학원이 아니라 정보대학원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도 공대 대학원과 구별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물론 IT를 연구한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5년 교수로 부임하자마자 포럼에 참여했는데 정보통신이 뭔지도 모르고 배경지식도 없어 온갖 ‘외계 언어’ 때문에 고생했다”며 “모임의 총무를 맡게 돼 어쩔 수 없이 꾸준히 참석하다보니 많은 공부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개근상을 받은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라며 “지난 20년간 140여명의 IT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으면서 좋은 지식을 전수받았고, 덕분에 밖에서는 아는 척 자랑할 수도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