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쇼크'에도 차분한 뉴욕

특파원 리포트

감염 의심자 격리 조치
"체액에 노출 안되면 이상無"
시민들 지하철 정상출근
“테러 위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에볼라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상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지난 24일 오후 2시. 맨해튼에서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42번가 포트오소리티 지하철역에서 만난 직장인 제리 페이서는 “시민들이 히스테리에 빠지는 게 더 큰 공포”라며 이렇게 말했다.버스정류장과 만나는 이곳은 맨해튼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대표적인 지역이다.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은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가 이용한 지하철 A라인이 지나는 역이기도 하다. 간혹 마스크를 쓴 승객이 몇 명 보였을 뿐 차량은 평소처럼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이날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출근했다. 그는 “감염자의 체액에 노출되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다”며 시민을 안심시켰다. 뉴욕 광역교통청(MTA)은 이날 지하철 승객 수가 평상시의 580만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 증시도 큰 폭으로 상승해 에볼라 영향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시는 공포심리 차단과 함께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귀국한 의료진과 여행객에 대해 에볼라 잠복 기간인 21일 동안 병원이나 자택에서 의무격리시키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는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기존 조치만으로는 에볼라 확산을 차단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스펜서는 실험약물과 함께 감염 후 회복된 환자로부터 추출한 혈청을 투입하는 치료를 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이는 미국의 첫 에볼라 감염자로 치료 도중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을 치료하다 감염돼 격리치료를 받은 뒤 이날 완치 판정을 받은 미국인 간호사 니나 팸에게 적용한 치료법과 같은 것이다.

병원 측은 스펜서가 위장장애 증상을 보이는 등 상태가 악화되고 있지만 다음 단계 치료로 넘어가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6~30일까지 에볼라 전염병 피해가 심각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서아프리카 3개국 방문길에 오를 예정이다. 파워 대사는 이번 순방의 목적이 에볼라 대응과 관련해 국제 공조의 필요성을 널리 환기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에볼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지금보다 완전히 다른 규모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많은 나라가 미국과 영국이 하는 일을 칭송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 파견 등 스스로 책임을 지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