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혁 '나홀로 언더파'…한국오픈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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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타차로 노승열 제쳐…상금랭킹 1위로 껑충짙은 안개 탓에 대회 사상 처음으로 닷새째 경기를 벌인 한국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제57회 코오롱한국오픈(총상금 12억원)에서 김승혁(28)이 정상에 올랐다.
9년 無勝 설움 딛고 올 시즌만 한·일서 3승
김승혁은 27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CC(파71·7225야드)에서 막을 내린 대회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82타로 ‘나홀로 언더파’를 작성하며 2위 노승열(23)을 2타 차로 제치고 감격의 첫 메이저 우승컵을 안았다. 김승혁은 올 시즌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에서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 우승한 데 이어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이달 초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톱컵도카이클래식 우승까지 합치면 시즌 3승째다. 우승상금 3억원을 받은 김승혁은 시즌 상금 5억4820만원으로 박상현(4억1995만원)을 제치고 상금랭킹 1위로 올라섰다.◆16번홀 6m 파 세이브 퍼팅 결정적
이날 14번홀부터 잔여 경기를 치른 김승혁은 타수를 줄이기보다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코스가 어려운 데다 그린까지 빨라 스코어를 지키기도 쉽지 않았다. 전날 합계 이븐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노승열도 연장전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대회장에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였다.
김승혁은 그런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1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길어 그린에지에 공이 멈췄으나 환상적인 칩샷으로 홀 바로 옆에 공을 세워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16번홀(파4)이 압권이었다.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에 올라가지 못했고 세 번째 샷은 다소 강하게 맞아 홀을 6m 지나쳐 보기가 유력해 보였다. 우승의 향방이 뒤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김승혁의 퍼터를 떠난 공은 내리막 라인을 타고 구르더니 홀 바로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홀 속으로 사라졌다. 김승혁은 우승을 확신한 듯 두 팔을 번쩍 들었다.김승혁은 “잔여 경기에서 실수하지 말고 파만 지키자는 생각으로 플레이했다”며 “16번홀에서 어프로치샷 실수를 했지만 뒷조 선수들도 실수하고 있어서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고 말했다.
◆9년 무승 설움 딛고 올해만 3승
일본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승혁은 “사실 지난주에 일본 대회냐 한국오픈이냐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승혁은 같은 기간 일본에서 열리는 브리지스톤오픈에 출전하려다 한국오픈으로 방향을 틀었고 결국 우승컵을 차지해 탁월한 선택을 한 셈이 됐다. 김승혁은 “이전에 한국오픈에 일곱 차례 출전해 코스를 많이 경험했다”며 “코스 매니지먼트만 잘하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김승혁은 “우승이 없던 지난 9년 동안 너무 마음이 앞서 무리하게 경기했다”며 “올해에는 지능적으로 플레이하면서 스코어 기복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파5홀에만 오면 벙커나 물이 있어도 ‘2온’ 시도를 많이 했으나 올해에는 퍼팅하기 좋은 곳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대표를 지낸 김승혁은 프로 데뷔 후 성적이 나지 않자 2008년 해병대에 입대해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 마음을 새롭게 다잡고 올 시즌을 맞은 김승혁은 코리안투어와 원아시아투어 동시 상금왕 등극을 노리게 됐다. 김승혁은 “상금랭킹 1위에 올라왔으니 신한동해오픈에서 상금왕을 차지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양용은 6위…“얼마 만이냐”김승혁에 1타 뒤진 채 잔여 홀 경기에 나선 아마추어 국가대표 함정우(20·성균관대)는 15번홀(파4)에서 4m짜리 파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7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기록하며 합계 1오버파로 이태희(30) 최호성(41)과 공동 3위에 그쳤다.
양용은(42)은 합계 2오버파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양용은은 2년 전 이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뒤 다시 ‘톱10’에 진입하며 한국오픈과의 좋은 추억을 이어갔다.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박상현(31·메리츠금융그룹)은 합계 14오버파 공동 40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