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聯 초고층 1~4위 빌딩 시공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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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 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 만드는 한국 건설사들
대우건설, 274m IB타워 건설
동남아 최대 전시장도 공사중
건물 안으로 들어가보니 기둥이 있어야 할 법한 공간에 기둥이 없는 게 특이했다. 탁 트인 사무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내부에 있는 기둥을 밖으로 빼내는 고난도 공법을 썼다는 설명이다. 내장 공사가 한창인 지하 4층~지상 58층 규모의 이 빌딩이 내년 4월 준공되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1위), 텔레콤 말레이시아 타워(310m·2위)에 이어 현지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274m·3위)이 된다.이 빌딩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의 이기순 현장소장은 “내부 기둥을 밖으로 빼냄으로써 외부 기둥이 건물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교각에만 적용되는 기술을 대우건설이 처음 빌딩에 적용했다”며 “쿠알라룸푸르 새 랜드마크 빌딩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 ‘건설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초고층 빌딩뿐만 아니라 발전소, 컨벤션 센터 등 굵직한 건설 프로젝트를 한국 건설사가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스카이라인을 한국 건설사들이 새로 그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지 초고층 1~4위 빌딩 모두를 한국 건설사가 건설했다. 가장 높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삼성물산과 일본 하자마건설이 한 동씩 지었다. 2~4위(KLCC타워·267m)까지는 모두 대우건설이 시공했다.
대우건설은 이곳에서 동남아시아 최대 전시·회의장 마트레이드센터도 짓고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14만5246㎡로 축구장 3개를 합친 규모다. 내부에 기둥이 없는 무(無)지주 전시 공간이어서 탱크와 헬기 등도 전시할 수 있다.한승 대우건설 쿠알라룸푸르 지사장은 “마트레이드센터를 내년에 완공하면 현지 정부가 발주할 예정인 100층짜리 초고층 빌딩 프로젝트까지 손에 쥘 가능성이 한층 커진다”며 “앞으로 건축 이외에 플랜트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뿐 아니다. 쿠알라룸푸르 북서쪽 만중 지역에서는 대림산업이 1000㎿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 11억2000만달러 규모로 2017년 준공할 예정이다. 북동쪽 트렝가누 지역에서는 삼성엔지니어링이 가스터미널을 시공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건설사들의 말레이시아 건설 수주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억7200만달러였던 수주액은 지난해 34억7500만달러로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지금은 한국 건설사들이 총 사업비 200억달러 규모의 정유 및 석유화학복합개발사업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 국경과 인접한 조호바루 지역에 30만배럴 규모의 석유정제 및 유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내년 초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쿠알라룸푸르=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