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둥그런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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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7
가장 드라마틱한 기부, 장학금
자연 법칙처럼 선순환 정착되길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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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둘. 2013년도 에티오피아 대학입학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우리 학교 가을학기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자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아디스아바바대 의대를 포기하고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무엇보다 컸고, KAIST가 장학금과 생활비 등을 지원한다는 점이 결단의 배경이다.이 두 가지 이야기는 별개의 사건이다. 하지만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 이야기 속 학생이 첫 번째 이야기 속 부모가 내놓은 장학금 수혜자가 된다면 말이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기부가 있지만, 누군가의 인생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을 하나만 고르자면 나는 학교에 전달되는 장학기부를 꼽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한순간의 손길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느닷없는 소리지만, 지구는 둥글다. 때문에 대기와 해류의 순환이 발생한다. 이 돌고 도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가 이동한다. 풍부한 곳에서 모자란 곳으로 흘러드는 것이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자연의 법칙이며, 지구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기부도 이 자연스러운 법칙을 닮아야 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마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시 되돌려줄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더 큰 생명력과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 둥그런 법칙이 우리 사는 세상을 더 건강하게,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 학교를 그 순환적 기부가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는 공간으로 만드는 꿈을 꾼다. 이뤄지리라 믿는 꿈이다.
강성모 < KAIST 총장 president@kaist.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