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현대중공업, 충격적인 적자"…목표가 줄하향

현대중공업이 올해 3분기 창사 이래 최악의 '어닝쇼크'를 냈다. 예상치 못한 대규모 적자에 증권가는 줄지어 현대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 매출 12조4040억원, 영업손실 1조9346억원, 당기순손실 1조4606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손실이다.영업손실은 조선분야와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증권사들은 '빅배스(부실을 일시적으로 반영하는 것)'를 감안하더라도 적자 폭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조선부문 4642억원, 플랜트부문 5922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된 점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적자"라며 "특히 조선부문 현대미포조선과 삼호중공업의 대규모 부실로 인한 연결적자 1조1459억원은 충당금 이슈로 설명하기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그는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시장과 소통한 점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어닝쇼크를 설명하기엔 부족했다"고 말했다.

유지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현대중공업이 확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조선부분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도 하향조정됐다. 신한금융투자는 목표주가를 17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내렸고, 하이투자증권과 동부증권도 각각 16만원, 13만원으로 하향했다.대규모 부실을 털어냈지만 현대중공업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상선 등 조선업황의 환경이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김홍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어닝쇼크가 주가에 이미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현재 시장 환경아래서는 개선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안정적"이라며 "임단협 타결과 사업 구조조정 등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노력과 함께 수주량 증대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 애널리스트도 "충당금을 제외해도 미포·삼호의 3분기 적자가 3천억원을 상회, 4분기도 조선부문 적자가 유력하다"며 ""2015년을 기대하며 매수를 권유하기에는 조정의 긴 시간과 자회사 우려의 해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다만 이번 어닝쇼크가 오히려 리스크 해소의 기회로 작용할 것라는 시각도 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의 사례를 봤을 때 어닝쇼크는 리스크 해소의 호재로 작용했다"며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충격은 크지만 주당순자산비율(PBR) 0.5배 이하의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주가 하락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육상과 해양사업의 부담이 낮아졌기에 향후 상선부문의 마진 회복의 시그널이 보이는 시점에는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