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지운 '아이폰6 대란'…이통시장 '빙하기' 오나

아이폰6 대란으로 단통법 시행 '도돌이표'
2차 대란 기대감에 단말기 교체 유예…이통시장 빙하기 우려
출처: 휴대폰 온라인 커뮤니티
[ 최유리 기자 ] "지금 휴대폰 판매 시장은 답이 없습니다. 또 다른 대란이 터지지 않는 이상 누가 스스로 호갱(호구 고객)이 되겠습니까?"

지난 주말 발생한 '아이폰 6 대란'으로 이동통신 시장에 빙하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 대란에 대한 학습 효과로 대량 보조금이 살포될 때까지 휴대폰 구매를 미룰 것이란 분석이다.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막힌 듯 했던 불법 보조금이 되살아난 것은 지난 2일 새벽이다. 일부 판매점이 출고가 79만9800원인 아이폰6 16기가바이트(GB) 제품을 10만~20만 원대에 내놓은 것.

단통법상 최대 지원금이 34만5000원임을 감안할 때 25만~35만 원 가량의 불법 지원금이 더해진 셈이다. 판매점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을 단말기 지원금으로 돌린 결과다.

단통법 시행 후 처음으로 대란이 발생한 만큼 이통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한 판매점 관계자는 "손님들에게 더 이상의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알린 판매점들은 사기꾼이 됐다" 며 "소비자들이 규제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다음 대란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통법 도입 이전에도 보조금 대란에 대한 학습 효과로 번호이동 시장이 얼어붙었던 전례가 있다. 소비자들이 대량 보조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말기 교체를 미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리점주는 "전처럼 번호이동 시장이 침체되면 이통사들 입장에서는 불법 보조금 살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면서 "대란이 발생해야만 소비자들이 움직이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우려했다.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선 아이폰 2차 대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대량 보조금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는가 하면 2차 대란에 맞춰 아이폰6에 대한 예약 가입을 받는 곳도 있다.

이통 3사가 함께 아이폰6 판매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보조금 싸움을 부추길 수 있는 요소다.실제로 아이폰6가 출시된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 동안 LG유플러스만 번호 이동 건수가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텔레콤과 KT의 가입자를 빼앗겨 번호 이동 건수가 순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아이폰6 출시로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있으면 향후 보조금 경쟁이 더 심해지지 않겠냐" 며 "정부가 이통사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구조를 끊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최유리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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