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현대重, 癌수술 로봇 개발

방사선 피폭량 절반으로
시술시간도 30분→5분
서울아산병원과 현대중공업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최근 열린 ‘2014 로보월드’에서 공동개발한 의료용 시술로봇을 시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이 현대중공업과 손잡고 의료용 시술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간·폐·신장·췌장 등 복부와 흉부에 있는 인체기관의 암 검사를 할 때 조직을 떼어내고 냉동치료를 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이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현대중공업과 공동으로 복부 및 흉부의 1㎝ 크기 병소(病巢·변형된 세포의 집합)에서 조직을 떼어내 검사·치료하는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 시술로봇을 3년 만에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바늘 삽입형’ 영상중재 시술로봇은 바늘을 물고 있는 시술로봇, 방사선 영상장비, 원격조종용 콘솔 박스로 구성돼 있다. 간암이나 폐암 환자의 생체검사나 냉동치료, 고주파 열치료 등에 쓸 수 있다.연구총괄 책임자인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암 환자의 조직검사를 위해 의사가 환자의 암 발생 부위를 컴퓨터단층촬영(CT)해 병변(변형 세포가 있는 신체 내 작은 부위)을 직접 떼어냈는데, 이때 조직을 잘못 건드리면 진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여러 차례 CT를 찍었다”며 “이 과정에만 30분 이상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 로봇을 쓰면 5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영상촬영과 시술이 자동화돼 시술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된 것이 최대 장점”이라며 “환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50% 이하로 줄이고 의사도 방사선 노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료기기”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중심이 돼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의료용 로봇을 만드는 첫걸음이 됐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김청수 아산생명과학연구원장은 “세계 의료용 로봇시장은 2016년 13억달러에 이를 만큼 고성장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기업과 병원이 공동 개발하는 사례를 만들어 국내 의료산업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서울아산병원과 현대중공업은 2017년부터는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지원을 받아 11개 기관이 함께 참여해 개발 과정에서 특허 40개를 출원하기도 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