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社 매출 30% 급감…조선 협력社 가동률 40%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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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공포' 휩싸인 中企“휴대폰 부품업체에서 시작된 공포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기업 부진 '직격탄'…중소·중견기업 '生死기로'
서울반도체·파트론 '1조클럽' 탈락 위기
대기업 '낙수효과' 사라지자 실적 추락
반월공단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 사장은 요즘 업계 분위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삼성전자 덕분에 그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휴대폰 부품업체들이 최근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자 어려움에 빠진 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전기전자 업종은 물론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들이 최근 엔저(低)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의 부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등에 밀리고 있다. 이들 대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은 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성장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넘치는 ‘낙수(트리클다운) 효과’가 사라지면서 중소 제조업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실적 전망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휴대폰·조선 부품 큰 타격
중소기업중앙회가 집계한 올해 3분기 중소 제조업체의 공장가동률은 월평균 70.5%에 그쳤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대기업 납품업체”라며 “대기업 경쟁력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휴대폰 관련 부품업체들의 가동률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최근 몇년간 생산설비를 계속 늘려오다가 갑자기 주문량이 줄자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조선 부품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천에서 선박용 주물업체를 경영하는 C사장은 “2010년까지 공장가동률은 100%에 육박했지만 이듬해부터 지속적으로 낮아져 올해는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조선경기 침체 속에 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들의 실적이 악화돼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는 것이다.일부 조선 협력업체는 부도로 내몰리고 있다. 군산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조선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선박 블록을 만드는 D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 최근 매각됐고, 현대중공업 1차 협력업체인 J사도 부도 상태라는 것이다. 1차 협력업체가 부도를 내자 2차 협력업체가 1차 협력업체로 승격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채병용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장은 “요즘 현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무섭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잘나가던 휴대폰과 조선 부품업체들이 한순간에 어려워지는 것을 본 기업인들이 더욱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적 전망치도 최악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KH바텍, 파트론, 이녹스 등 전자 부품업체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대부분 30~50%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처음 매출 1조원클럽에 가입한 서울반도체와 파트론은 올해 실적 부진으로 1조원클럽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상황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올해부터 부품조달 기지를 중국으로 옮긴 데 이어 삼성 휴대폰마저 부진해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기자재 업체인 성광벤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 37%가량 줄어든 것으로 증권사들은 전망했다.
스마트폰용 특수 도료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늘려온 국내 페인트 업체들도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휴대폰용 페인트 비중이 가장 높은 삼화페인트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1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감소했다.이 회사는 2008년 국내 페인트 업체 중 처음으로 중국과 베트남에 관련 법인을 세우고 스마트폰용 도료 생산에 들어갔다.
김용준/김낙훈/김정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