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 스타 무용수 세대교체…서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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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켄트·팔로마 헤레라·시오마라 레이즈 내년 은퇴세계적 발레단인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간판스타 3명이 내년 봄 시즌에 줄줄이 은퇴한다. ABT는 줄리 켄트(45)와 팔로마 헤레라(39), 시오마라 레이즈(43) 등 ABT의 여성 수석 무용수 3명이 내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의 봄 시즌을 끝으로 ABT 무대를 떠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공식 발표했다. 켄트는 내년 6월20일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헤레라는 내년 6월9일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레이즈는 내년 5월27일 ‘지젤’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체력·테크닉 한계 40세 전후가 정년…신예들엔 기회
켄트는 ‘살아있는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무용수다. 1986년 ABT에 입단해 28년간 무대를 지켰다. 1987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연기한 영화 ‘지젤’로 스타덤에 올랐다. 두 번의 출산을 거친 그의 나이는 올해 마흔다섯. 발레 무용수에겐 환갑 같은 나이임에도 후배들과 경쟁하며 주역 무용수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후배 무용수들에게는 귀감이 됐고, 관객들에겐 깊은 연륜으로 감동을 전했다.헤레라는 15세 때 ABT에 입단해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의 주역으로 무대에 섰고, 쿠바 태생의 레이즈는 ‘신데렐라’ ‘레이몬다’ 등으로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해 온 프리마 발레리나다.이들이 내년 동시에 은퇴하면서 ABT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ABT에는 은퇴를 앞둔 이들을 비롯해 한국인 최초로 수석무용수가 된 서희와 이자벨라 보일스톤, 질리언 머피, 베로니카 파트, 폴리나 세미오노바, 다이애나 비쉬네바 등 9명의 여성 수석무용수가 활동 중이다. ABT 수석무용수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시즌인 3개월간 매주 작품을 바꿔가며 주역으로 무대에 선다. 한 무용계 인사는 “간판급 무용수 3명의 은퇴로 젊은 무용수들이 더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최근 인상적인 무대를 펼치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 서희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노장 무용수들의 은퇴는 관객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신예 무용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발레단의 한 수석무용수는 “무용수들이 발레단 입단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역 무용수의 은퇴 시기”라며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면 주역 무대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세계 유수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대부분 40세를 전후해 은퇴한다. 발레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장르이기 때문에 30대 후반이 되면 체력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내부 규정에 단원의 정년을 남녀 모두 42세로 명시해 놓았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군무진은 38세가 정년이다. 국내 발레단들은 정년을 명문화해 규정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무용수는 30대 중반 이후 무대에서 내려온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는 단원과의 협의를 통해 매년 계약을 갱신한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유지연 씨(38)는 “마린스키에선 발레학교를 졸업한 단원들의 평균 연령이 만 18세인데 평균 20년 후 은퇴한다”며 “주역 무용수 자리는 정해져 있고 신입 무용수들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무용수가 원한다고 무조건 은퇴를 늦출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