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 스타 무용수 세대교체…서희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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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켄트·팔로마 헤레라·시오마라 레이즈 내년 은퇴
체력·테크닉 한계 40세 전후가 정년…신예들엔 기회

켄트는 ‘살아있는 발레의 전설’로 불리는 무용수다. 1986년 ABT에 입단해 28년간 무대를 지켰다. 1987년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연기한 영화 ‘지젤’로 스타덤에 올랐다. 두 번의 출산을 거친 그의 나이는 올해 마흔다섯. 발레 무용수에겐 환갑 같은 나이임에도 후배들과 경쟁하며 주역 무용수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후배 무용수들에게는 귀감이 됐고, 관객들에겐 깊은 연륜으로 감동을 전했다.헤레라는 15세 때 ABT에 입단해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의 주역으로 무대에 섰고, 쿠바 태생의 레이즈는 ‘신데렐라’ ‘레이몬다’ 등으로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해 온 프리마 발레리나다.

노장 무용수들의 은퇴는 관객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신예 무용수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국내 발레단의 한 수석무용수는 “무용수들이 발레단 입단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주역 무용수의 은퇴 시기”라며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면 주역 무대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세계 유수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대부분 40세를 전후해 은퇴한다. 발레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장르이기 때문에 30대 후반이 되면 체력에 한계가 오기 때문이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내부 규정에 단원의 정년을 남녀 모두 42세로 명시해 놓았고,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군무진은 38세가 정년이다. 국내 발레단들은 정년을 명문화해 규정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무용수는 30대 중반 이후 무대에서 내려온다.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는 단원과의 협의를 통해 매년 계약을 갱신한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했던 유지연 씨(38)는 “마린스키에선 발레학교를 졸업한 단원들의 평균 연령이 만 18세인데 평균 20년 후 은퇴한다”며 “주역 무용수 자리는 정해져 있고 신입 무용수들은 계속 들어오기 때문에 무용수가 원한다고 무조건 은퇴를 늦출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