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의 선택은 '강남 핵심지역 재건축 아파트'

부자들 돈 몰리는 부동산은

주거 여건 우수하고 '부동산 살리기' 정책 수혜…주거지 인근 상가도 '입질'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도
임대 수익률만 따지기보다
미래가치 좋은 곳 선점 뚜렷
서울에서 여러 곳의 편의점을 운영하며 매월 2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김모씨(42). 그는 얼마 전 친구에게서 집을 사라는 제안을 받았다. 친구는 자신의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를 팔겠다고 했다. 친구는 주변 환경도 좋고 아이들 교육에도 유리하다며 강력하게 매수를 권유했다. 마침 김씨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 때문에 이사를 고려하던 참이었다. 강남에 집을 사두려는 생각으로 대치동 일대 아파트를 알아보고 있기도 했다. 김씨는 일원동과 대치동 아파트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눈치 빠른 부자들이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입질을 강화하는 흐름이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목격된다.“부자들, 강남 재건축 주목”

김씨는 결국 친구의 제안을 뿌리치고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대치동 재건축 아파트를 샀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두 지역의 과거 5년 동안 가격 추이를 비교해 본 것이었다. 결과는 일원동보다 대치동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더 컸다. 이유를 따져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일원동은 대치동에 비해 소형과 임대 아파트가 많았다. 반면 대치동은 중산층이 살 수 있는 중대형 아파트가 훨씬 더 많다.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의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여기에 대치동은 교육환경이 월등했고 편의시설과 교통 여건도 상대적으로 좋았다. 같은 강남권에서도 격차가 크다. 다른 지역에 비해 공교육과 사교육을 가리지 않고 교육환경 부문에서 경쟁 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월하다. 자녀들이 대학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모두 이곳으로 오고 싶어한다. 학군이 사라지고 인터넷 교육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중산층 가정이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 입성에 아직도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정된 공급에 따른 초과 수요 발생으로 가격 상승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부자들은 이런 점을 놓치지 않는다. 과거 가격 상승률의 이유를 따져보고 지금도 오름세를 주도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면 절대가격에 개의치 않고 매수에 나서는 것이 김씨의 투자법이었다. 김씨가 구입한 미도아파트 102㎡형은 현재 재건축 사업에 탄력까지 붙으며 아직은 ‘장부상’이지만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다. 김씨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궁극적으로 집값은 교육이든 주변 편의시설이든 자연환경이든 얼마나 좋은 주거환경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재건축 살리기’ 나선 정책 의지 읽어야

그리고 하나 더. 부자들은 주거 목적이라고 해도 새 아파트가 아니라 30년 이상 된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하는 경향이 높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2000년 이후 유독 상승폭이 컸다. 재건축 아파트의 대부분이 좋은 입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지만 그것 말고도 이유는 또 있다.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정책 수혜가 가장 기대되는 부동산 상품이기 때문이다.앞으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 연장 등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탄력 운영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제도 유예기간이 올해 말이면 끝나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제도 폐지 조치가 없는 한 올해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지 못한 아파트는 모두 적용 대상이 된다.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경기 회복의 원동력으로 삼으려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정부의 이런 움직은 지난 9월1일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대책과 시너지를 내면서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법예고가 진행 중인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준공 후 최대 40년까지인 재건축 가능 연한이 30년으로 단축된다. 1987년 이후 준공 아파트의 재건축 연한이 2~10년 줄어든다. 1987~1991년 입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동 주공 등 서울에서만 24만8000여가구의 재건축 가능 시기가 빨라진다. 게다가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도 ‘구조 안전성’과 ‘주거환경’으로 이원화해 안전에 문제가 없더라도 재건축 연한만 채우면 주민들의 생활 불편이 큰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강남권 주요 재건축 아파트값이 무작정 오를 수는 없다. 벌써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놓은 규제 완화 정책이 ‘약발’을 다해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8월1일 시행된 담보인정비율(LTV)과 소득 대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로 상승세를 탔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36㎡형이 최근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6억원 이하로 팔리면서 불안감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적 가격 등락보다는 내재 가치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다.리모델링 가능한 근린상가에 눈독

상가도 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부동산이다. 부자들은 특히 근린상가(주거지 인근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는 상가)를 눈여겨보고 있다. 근린상가는 공실 위험 등으로 대부분 투자자들이 꺼리기 일쑤인 부동산이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상승과 임대수익을 더한 이른바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면 외면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인다.

지난 9월 K대 인근 3층짜리 오래된 근린상가를 매입한 자산가 박모씨도 같은 경우다. 그는 20번도 넘는 현장 답사를 통해 투자를 결정했다. 매입가격은 26억5000만원.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월 500만원의 수익이 나오는 상가였다. 박씨가 이 상가를 고른 이유는 배후상권이 탄탄해서다. 대학생의 통행이 많았고 소비 규모도 작지 않았다.

무엇보다 근린상가는 건물 전체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리모델링하고 자산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끌렸다. 박씨는 1억2000만원을 들여 건물을 말끔하게 수리했다. 그리고 3층 건물 모두를 보증금 3억5000만원, 월세 1300만원에 커피전문점으로 빌려줬다. 리모델링을 통해 매입 이전보다 2배가 넘는 수익을 낸 것이다.

이처럼 부자들은 상가 투자의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결심이 서면 포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숙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내놓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해도 여기에만 목을 매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의 임대수익이 높다고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땅의 가치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곳이 미래가치가 좋은가. 요즘 부자들이 투자하는 곳은 대개 5가지 상권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먼저 홍대와 대학로 같은 대학가 상권이다. 인사동과 삼청동 같은 문화상권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남역과 광화문 등 오피스상권도 있다. 오피스상권은 주말 장사를 포기해야 하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주말에도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강남역이나 광화문 같은 곳이라면 임대수익률이 박하다고 해서 무조건 외면할 필요는 없다. 역세권은 두말할 것도 없이 포함된다. 그리고 주거지역이라면 아파트가 배후에 2000가구 이상 있는 곳이어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 koj8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