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甲' 애플의 판매방식 아이폰6 대란 일으켰다

물량 통제·끼워팔기 횡포
애플의 독특한 판매전략이 ‘아이폰6 대란’을 일으킨 배후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애플이 ‘슈퍼갑’의 지위를 이용해 통신사의 일탈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에 걸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일선 판매점에 대규모 리베이트(판매 장려금)를 살포했다.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6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시행 한 달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한순간에 무력화됐다.서슬퍼런 정부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이 앞다퉈 불법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애플의 특이한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아이폰6 1차 물량을 통신사에 배분하면서 조건을 달았다. 11월3일까지 판매한 실적을 보고 2차 공급 물량을 재조정하겠다는 것.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많이 팔아오라는 압력이다. 궁지에 몰린 통신사들은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결국 불법의 유혹에 넘어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보유 물량 부족→소비자 이탈→배정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출고가 산정 방식도 리베이트 규모를 늘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제조사들은 주요 구매처일 경우 출고가에서 일정액을 할인해 주는 게 관행이다. 영업망 유지비도 별도 지급한다. 반면 애플은 이런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 유통상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비용은 통신사 몫이다.

제품 모델별 공급 수량도 애플이 결정한다. 통신사의 요구사항은 무시되기 일쑤다. 비인기 모델이라도 통신사들이 받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종의 끼워팔기다. 이번 대란 기간에도 소비자 선호도가 가장 낮은 아이폰6 16기가바이트 모델에 리베이트가 잔뜩 몰렸다. 재고를 소진하겠다는 목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올해는 LG유플러스까지 아이폰 판매에 나서면서 애플에 대한 국내 통신사들의 협상력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