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4년만에 최저…유가 80달러 붕괴

바닥 모르는 원자재 가격

달러강세·경기둔화 우려
사우디, 유가하락 부채질
美수출 모든 원유값 인하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자재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2년5개월 만에, 금 가격은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强)달러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원자재 가격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78.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에 비해 1.76달러(2.21%) 급락했다. 2012년 6월28일 이후 2년4개월 만에 최저다. WTI 가격은 올 들어 20% 하락했다. 지난달에만 12%가량 떨어졌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런던ICE선물시장에서 전날보다 1.08달러(1.2%) 떨어진 배럴당 84.78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의 협력관계를 깨고 유가를 또 내리기로 한 것이 이날 유가 급락을 이끌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는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등급의 원유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OPEC 원유 생산량은 14개월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원유 생산량 증가로 이라크와 이란, 쿠웨이트 등이 잇따라 원유 수출 가격을 낮추자 사우디아라비아도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오는 27일 석유장관 회동을 앞둔 OPEC이 감산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는 것도 유가 인하 압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원유 생산량 증가를 이유로 들며 내년 2분기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금값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1.8달러(0.2%) 떨어진 온스당 1169.80달러에 마감됐다. 2010년 7월 말 이후 최저다. 금값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말 양적 완화를 종료한 후 달러화가치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안전자산 가운데 달러의 대표적 대체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금의 투자매력이 줄었기 때문이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87.32를 나타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의 성장 부진으로 인해 글로벌 원자재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끌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