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정보 해외 이전 범위 확대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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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차 한미재계회의미국 재계가 한국 정부에 ‘금융정보 해외 이전 범위’를 현행보다 더 확대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 기업들과 관광·에너지·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공항 입국심사 시간을 단축해주고 전문직 취업비자를 확대해줄 것을 미국 정부에 건의했다.
韓, 입국심사 단축·전문직 취업비자 확대를
韓·美 재계, 관광·에너지·ICT 협력 강화 합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가 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제2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양국 기업인들은 이 같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미재계회의는 양국 기업인 간 협력을 다지기 위해 1988년 만든 민간 경제협의체다. 이날 총회에는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미국 측 위원장인 폴 제이컵스 퀄컴 회장, 마크 리퍼트 신임 주한 미국대사, 커트 통 미국 국무부 차관보,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최경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등 70여명이 참석했다.총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미국 경제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합의한 금융정보 해외 이전 허용 범위를 더 늘려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한·미 FTA 부속규정에 따라 올해 초부터 미국 은행들이 국내에서 수집한 개인 금융정보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해외 이전을 엄격히 제한한다. 미국 경제계는 아울러 한·미 FTA에 따른 미국 수출품목의 원산지 증명 절차를 간소화해줄 것도 건의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에 관광, 에너지 분야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했다. 세부 건의 내용을 보면, 먼저 최대 80분 이상 걸리는 미국 공항 입국심사 시간을 단축해줄 것을 제안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미국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작년 기준 136만명에 달하는데 입국심사는 여전히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전문직 취업비자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미국 내 한국 유학생이 7만2295명(2012년 기준)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데 전문직 취업비자 발급은 2662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또 한국 경제계는 미국산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 수출 물량을 늘려줄 것과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 판정을 철회해줄 것도 요구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양국 간 무역 애로를 더 없애야 한다는 것을 논의했다”며 “양국 경제계가 에너지, 관광, ICT 분야 협력을 강화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미재계회의 오찬 강연에서 “한국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적극 투자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부총리는 “한국 정부는 현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참여 여부가 결정되면 양국 경제계가 적극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