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잠룡들 '브랜드 차별화'로 키우는 대망론

'보수혁신', '반(反)포퓰리즘', '연정(聯政).'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잠룡'들의 화두다.

과거 대선 때마다 역동적으로 분출했던 '시대정신'의 대표자들이 대권을 거머쥐었다.경제민주화와 첫 여성 국가원수라는 슬로건으로 민심을 잡은 박근혜 대통령, 경제 살리기와 CEO 리더십의 기대를 파고든 이명박 전 대통령, 반칙 없는 세상을 추구한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그랬다.

최근 들어 여권의 잠룡들 사이에서도 이처럼 각자 시대정신에 맞는 고유의 브랜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확산하고 있다.

◇김무성·김문수 '보수 대혁신' 깃발
여권 잠룡 중 선두 주자들로 꼽히는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보수 대혁신'을 고리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듯한 모습이다. 다만 구체적인 혁신의 내용은 다소 다르게 보인다.집권 여당 수장이라는 '프리미엄'을 보유한 김 대표는 정당·공천 개혁,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을 통한 보수 혁신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계파 갈등 속에 두 차례나 낙천한 악몽이 있는 만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통한 상향식 공천 실현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

여당 대표임에도 청와대·정부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점도 눈에 띈다.최근엔 무분별한 재정 확장을 경계하며 정부의 '초이노믹스'와 각을 세웠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론'에 잠시 주춤하긴 했어도 '87년 체제'의 산물인 5년 단임제가 제왕적 대통령제로 이어졌다는 판단 속에 개헌이 불가피하다는 소신도 있다.

경기지사를 지낸 김문수 위원장은 정치 혁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혁신위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체포동의안 개선,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세비 동결, 선거관리위 산하 선거구 획정위 설치 등 잇따라 정치권에서 민감한 주제들을 건드리며 정치권 구태 깨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동안 정치 공백이 있었지만, 혁신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중앙 무대에서 다시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튀는 행보 '도백 삼총사'…洪·南·元
'도백'으로 나선 잠룡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아무래도 중앙 무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보니 더욱 눈에 띄는 행보를 택하는 듯 보인다.

특히 '도백 삼총사'로 불릴 만큼 경쟁하듯 빠른 발걸음을 보이는 홍준표 경남·남경필 경기·원희룡 제주 지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홍준표 지사는 내년부터 도의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 지방은 물론 중앙 정치권까지 발칵 뒤집어 놨다.

이른바 '반(反)포퓰리즘'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듯하다.

이 때문에 예산 국회 초반부터 무상 복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이슈 메이커'로서의 기질이 국회의원 시절 못지않다.

지난해에는 방만 경영의 폐단을 지적하며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을 하루아침에 해산, 전국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국정조사까지 이어지게 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홍 지사였다.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홍 지사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진보 진영이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온 각종 무상 정책에 칼질을 가함으로써 '보수의 아이콘'으로 뜨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시기에 여야 연정을 통한 '권력 분산'이라는 초유의 정치 실험에 착수해 시선을 끌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남 지사는 후보 시절 "부지사를 포함한 주요 직책에 야당 인사를 등용하겠다"던 공약을 사회통합 부지사를 신설해 야당에 추천을 요청하면서 현실화했다.

야당 내부 갈등으로 추천이 지연되며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달 말 도의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천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

원희룡 제주 지사는 중앙정부 정책과 차별화 전략으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주 카지노 개발을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추진하려 하자 원 지사는 "제대로 감독할 기구가 선행돼야 한다"며 신규 카지노 설립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김무성 대표가 중국인의 급증하는 제주 부동산 매입을 우려하며 '제주 차이나 타운' 구상을 밝히자, 외국인 전용 구역이 만들어지면 부작용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대신 투자를 키우면서도 현지인 채용을 늘리는 고용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제주의 세대 교체를 이뤄낸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는 동시에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는 아킬레스건도 보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갈길 간다" 이완구·'와신상담' 정몽준
이완구 원내대표는 차기 대권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선 여전히 차기 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충남지사 출신인 이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에서 보여준 정치력이 평가받으면서 전국구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내 갈 길만 갈 뿐"이라며 예산 국회 지휘에만 전력투구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로도 거론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정몽준 전 대표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외국 탐방에 주력하며 '와신상담' 중이다.

지난주에는 독일을 방문해 마란다 슈뢰더 베를린자유대학 교수와 핵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사무실과 작업장이 함께 배치된 것으로 유명한 라이프치히의 BMW 공장도 시찰했다.8월엔 미국을 방문해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북핵 문제를 논의했고, 10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러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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