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KB카드 갈등 부른 '反시장 입법'

10일 협상 시한
2011년 여신금융법 개정
금융위가 수수료율 결정
사업자간 자율협상 막아

가맹점 불만…'제2 갈등' 우려
KB국민카드와 현대자동차의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회사의 갈등은 이미 3년 전 예상됐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수수료율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도록 규정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2011년 국회를 통과하면서 갈등 표출은 시간 문제였다는 것이다.

○수수료율 차이는 표면적 이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카드와 현대차는 협상 마감시한(10일)을 하루 앞두고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만약 10일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가맹점 계약은 해지된다. 이렇게 되면 KB카드 이용자 1816만명은 더 이상 KB카드로 현대차를 살 수 없다.

두 회사가 요구하는 수수료율 격차는 너무 크다. 현대차는 1.85%인 수수료율을 1.0~1.1%로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카드복합할부는 일반 신용카드와 달리 위험성을 모두 캐피털사가 떠안고 있는 만큼 일반 신용카드와 똑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KB카드는 1.75% 이하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이런 공방의 이면에는 이해 당사자들만의 노력으로는 파국을 막기 어렵게 한 여전법이 자리잡고 있다. 2011년 개정된 여전법은 카드 수수료율을 정할 때 지켜야 할 사항을 금융위원회가 직접 정하도록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조차 가격은 시장에서 정해지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정치권은 중소 가맹점 점주들의 표를 의식해 수수료율 결정권을 정부로 넘겼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 확산 전에 중재를”

금융위는 가격 통제권을 갖게 되자 카드사들의 모임인 여신금융협회에 새로운 수수료율 산정방식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협회는 카드결제 처리비용 등을 토대로 원가와 비슷한 개념의 이른바 ‘적격비용’ 이하로는 수수료율을 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을 만들었고, 금융위는 이를 채택했다.KB카드가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근거가 바로 적격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KB카드는 현대차가 최초 0.7%를 요구하다 0.3~0.4%를 더 내겠다는 양보안을 제시했을 때도 여전히 적격비용 이하라는 이유로 고개를 저었다. 만약 현대차의 요구를 들어주면 3개월 영업정지 및 과징금 5000만원의 벌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카드가 양보안을 내는 등 현대차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서고 싶어도 법체계상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KB카드의 협상이 여전법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파국을 맞을 경우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카드복합할부금융을 아파트중도금이나 선박, 대형상용차, 의료기기까지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해당 가맹점은 현대차와 똑같은 이유로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끝내 계약을 해지하고 소송을 벌이면 현재 수수료율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