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냉대받은 총리 감싸는 日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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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지난 10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장면을 지켜본 한 한국 기업의 도쿄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NHK 등 일본 TV는 정상회담이 끝난 오후 1시30분께부터 뉴스를 통해 두 정상 간의 ‘냉랭한’ 만남을 보도했다. 아베 총리보다 늦게 나타난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내민 손을 잡기는 했지만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건넨 인사말에도 시 주석은 한마디 호응 없이 고개를 돌려 사진 촬영에 응했다.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 주인으로서 “만나긴 하는데…”라는 인상이 역력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발표문에서 “일본 측 요청에 의해 성사된 만남”이라며 “양국 정상이 ‘비정식 회담’을 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APEC 정상회담 내 공식 일정이 아니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다른 정상과의 만남에서 ‘비정식’이라는 단어를 굳이 쓰지 않은 걸 보면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중국 측 반응을 보면 이번 정상회담이 ‘만남을 위한 만남’에 그쳤다는 일본 내 여론의 지적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11일 일본 언론 보도는 지지율 얘기를 꺼낸 도쿄지사장을 무색하게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할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아사히신문도 사설에서 “정상회담이 25분에 그쳤다 해도 관계 개선 의사를 서로 확인한 의의는 크다”고 전했다. 3년 만에 이뤄진 중·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부각시키는 기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날 아침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는 양국 정상의 만남을 얘기하며 “대국의 톱이…”라며 오히려 시 주석의 ‘매너’를 꼬집었다.
TV에서도 양국 정상이 굳게 잡은 손과 서로의 얼굴을 따로 비춰주는 화면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상대가 있는 회담인 만큼 아전인수 격 해석은 가능하다. 하지만 총리를 일방적으로 감싸는 일본 언론을 보면서 “일본은 정말 언론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한 주재원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서정환 도쿄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