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 주도 FTAAP "적극 지지"

APEC 정상회의 선도 발언

朴대통령 "APEC 교통카드 만들자" 깜짝 제안
< 한·미 정상회담 >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중국 베이징 외곽의 옌치호텔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이징=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중국이 제안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실현을 위한 베이징 로드맵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FTAAP는 중국 주도로 설립을 추진해온 APEC 회원국(21개국) 간 역내 자유무역체제다.미국 주도의 다자간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하는 성격이 강해 박 대통령의 이번 지지 의사 표명이 동북아 정세와 미·중 간 세계 경제 패권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외곽 휴양지인 옌치후(雁栖湖)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세션1에서 선도발언을 통해 “아·태 지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역내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가속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진행 중인 여러 무역 자유화 노력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PEC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FTAAP 창설을 위한 로드맵을 담은 정상 선언문을 채택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중국 주도의 FTAAP에 지지를 밝힌 것에 대해 청와대는 “APEC 회원국의 최종 목표인 역내 무역자유화를 앞당기자는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이라며 미·중 간 역내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둘러싼 경쟁에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정부의 한 관계자는 “FTAAP는 미국을 포함해 21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서 로드맵을 짜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지지한 것이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발리에서 열린 21차 APEC 회의 당시에도 연설을 통해 “현재 아태지역에서는 TPP 등 무역 자유화를 위한 여러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각각의 논의가 지류라면 FTAAP는 큰 강에 비유할 수 있다”며 “다양한 지류들이 큰 강으로 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관련, “APEC 차원의 보호무역 조치 동결 약속을 2018년까지 연장하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박 대통령은 이어 열린 정상회의 업무 오찬에서 APEC 회원국 간 역내 통합을 촉진하는 수단으로 ‘APEC 교통카드’ 도입을 깜짝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21개 회원국 내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교통카드 한 장으로 자유롭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으로, 관광 편의성을 높이고 특히 국내 교통카드 업체들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베이징=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