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관세율 혼란'…속타는 車부품사 5000곳

"관세 인하폭 왜 공개 안하나…내용 모르니 대책 세울 수도 없고"
車부품업계 문의 빗발

공산품 양허표 가서명후 공개…정부 "12일 양허표 공개할 것"
정부세종청사의 산업통상자원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FTA)추진기획단 FTA상품과에는 11일 온종일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중 FTA 체결 발표 후 1만여개에 달하는 공산품 관세율 조정 내역에 대해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 직원은 “담당 과장과 주무관은 중국에서 귀국하지 않았고, 담당 사무관은 보고 때문에 수시로 자리를 비워 전화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10일 정부가 한·중 FTA 체결을 발표한 후 자동차부품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완성차를 양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빼고는 자동차 부품의 대중국 수출입 관세율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알 길이 없어서다.

정부 발표문에는 한국은 가솔린·디젤 승용차와 전기차, 화물자동차, 엔진 섀시, 철도차량 등을, 중국은 가솔린·디젤 승용차 및 기어박스, 에어백, 머플러 등을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했다고만 적혀 있다. 다른 품목에 대한 언급이나 상세한 안내는 없다.자동차 부품사 관계자는 “온종일 담당 부처로 전화했지만 통화하지 못했고, 협회로 전화해도 내용을 모른다는 답변뿐이어서 답답하다”며 “5000여 부품사로선 내용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A사는 11일 대중국 수출입 관세율 조정 내역을 알아보기 위해 온종일 애를 썼으나 모두 허사였다. 완성차와 엔진 섀시 등 일부 부품만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돼 관세철폐 대상에서 빠졌다는 얘기만 있고, A사가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들은 어떤 일정으로 언제까지 관세가 철폐된다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타이어 업체인 B사 역시 중국 수출 물량은 없지만 앞으로 중국산 저가 타이어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지 않을까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내용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 직원은 “정부 발표 내용과 언론 보도를 아무리 뒤져봐도 타이어가 양허대상에 포함됐는지 알 방법이 없다”고 푸념했다.5000여개 자동차부품사 단체인 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최문석 통상기술지원실장은 “대중국 자동차 부품 수출입이 동시에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대중 관세율 조정이 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라며 “구체적으로 관세율이 어떻게 조정됐는지 알 수 없어 FTA 협상 결과에 대해 대책을 세우거나 논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중 FTA 협상대에 오른 대분류 품목은 중국 8194개, 한국 1만1272개다. 정부가 지난 10일 준비한 95쪽짜리 발표자료에는 이 중 농·축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상세 양허표만 있을 뿐 70~80%를 차지하는 공산품 양허표는 없다.

정부가 공산품 양허표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양허표 공개는 양국 정부 간 가서명이 있은 후 가능하다. 이때까지 2~3개월이 소요된다. 두 번째는 공개하고 싶어도 아직 공개할 정도로 준비가 안됐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 교섭 실무자들의 일이 너무 많아 관세율 세부 인하 내용을 공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12일 윤상직 장관이 직접 관세 인하 내용을 설명하면서 양허표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김재후 기자 psj@hankyung.com